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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셰프의 밤, 로버트 콥의 주방에서

알록달록한 색감의 향현, 콥샐러드

by 미죠떼

로스앤젤레스의 늦은 밤, 레스토랑의 마지막 불이 꺼졌다.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였다. 수많은 손님들이 다녀갔고, 접시 위엔 화려한 음식들이 올랐지만 나는, 정작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주방 안은 고요했다. 적막 속에 내 뱃속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 고요와 배의 요동 속에서 나만 남아, 아무도 없는 조리대 앞에 섰다.


"뭘 좀 먹어야겠군." 한쪽 구석엔 손도 대지 않은 재료들과 쓰다 남은 몇 식재료들이 남아 있었다. 혼잣말을 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요리로 만들기에 쓸모없어 보이는 조각들. 남은 닭가슴살, 토마토 몇 알, 삶다 만 달걀, 잘게 부서진 블루치즈. 베이컨이 몇 줄 남아 있었고, 상추며 로메인도 처치 곤란이었다. 선도를 위해선 남겨 내일 쓸 수도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배고픔 앞에선 이조차도 반가웠다. 도마 위에 올려 무심하게 깍둑썰기를 시작했다. 모양을 낼 필요도, 정식을 차릴 필요도 없었다. 이건 나만을 위한,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요리였으니까.


팬에 베이컨을 굽고, 채소를 한데 섞은 뒤 식초와 머스터드, 올리브유, 약간의 설탕을 섞어 만든

간단한 드레싱을 뿌렸다. 거칠지만 진심이 담긴 한 접시. 그리고 한 입.

"… 음." 아삭거리는 야채에 드레싱이 입안에서 씹힌다. 놀랐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던 같던 재료들이

의외로, 아니, 꽤 훌륭하게 조화를 이뤘다. 짭조름한 베이컨, 부드러운 달걀과 치즈, 아삭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 묘하게 완벽했다.


그날 밤, 나는 그 샐러드에 내 이름을 붙였다. 콥 샐러드. 아무 계획 없이 만들어진, 그저 하루의 피로를 씻기 위한 한 접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한 접시는 오히려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손님들은 그 샐러드를 다시 찾았고,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그 이름이 불린다. 아마도, 요리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를 먹이기 위한 마음, 그리고 때로는 나 자신을 위해 만든 작고 진심 어린 한 끼. 그 밤, 주방은 조용했지만 그릇을 다 비운 내 마음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로버트 하워드 콥(Robert Howard Cobb)이라는 셰프가 주방에서 남은 야채로 만든 콥샐러드는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다. 건강한 식단을 지향하는 흐름 속에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영양과 포만감을 주는 ‘샐러드 볼’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콥샐러드는 특히 알록달록한 색감과 다양한 재료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메인, 토마토, 병아리콩, 삶은 달걀, 닭가슴살, 베이컨, 올리브 등 가지런히 나란히 놓인 재료들의 구성은 마치 한 접시 안에서 색과 식감의 퍼레이드를 펼치는 듯하다. SNS에 올리기 좋은 비주얼도 요즘 소비자들의 감성과 잘 맞는다. 무엇보다 콥샐러드의 진짜 매력은, 레시피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냉장고 속 남은 재료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어 일명 ‘냉장고 털기’에 최적화된 요리다.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고른 뒤 깍둑 썰어 한 줄로 나열해 플레이팅 하는 것이 이 샐러드의 핵심 포인트이다.


식재료 낭비 없이, 간편하게, 예쁘게 차려낼 수 있는 요리. 그래서 콥샐러드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오른다. 즉흥성 속의 균형, 우연 속의 조화. 오늘 냉장고를 털어 만드는 콥샐러드 한 그릇은 냉장고는 비우며 몸속은 건강하게 가득 채워줄 것이다.



콥샐러드 만드는 법


재료

콘옥수수 5g

양파 1/4개

오이 1/2개

방울토마토 5개

계란 2개

베이컨 1줄

마늘 1쪽

블랙 올리브 5g

베이비 모둠 채소 적당량

나쵸칩 1개 (생략 가능)

그라나파다노 치즈 (토핑용)



발사믹 드레싱

발사믹 식초 1큰술

간장 2큰술

다진 마늘 약간

올리브유 2큰술

참기름 1작은술

설탕 1큰술



조리 순서

1. 소금과 식초를 넣은 물에 계란을 15분간 삶는다. 삶은 계란은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양파는 작게 다지고,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자른다.

3. 오이와 블랙 올리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베이컨은 한입 크기로 썰어 마른 팬에 바삭하게 볶는다.

5. 발사믹 식초, 간장, 다진 마늘, 올리브유, 참기름, 설탕을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6. 준비한 재료를 그릇에 보기 좋게 담고 드레싱과 나쵸칩을 곁들인다.

7. 그라나파다노 치즈와 통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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