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여행 중 쉬어가기, 뉴욕도서관
어느 은행가가 세상에 남긴 아름다운 도서관
뉴욕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체이스 은행의 정식 명칭은 JP Morgan Chase & Co.
John Pierpont Morgan - a.k.a. J.P 모건. 미국 코네티컷 출신의 세계적인 은행가의 이름이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JP 모건은 유명한 예술품 수집가이기도 했다. 그의 사후, 대부분의 수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되었고, 그가 거주하던 매디슨 애비뉴의 대저택은 오늘날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이라는 이름의 박물관이자 연구기관으로 사용 중이다. 1890년 무렵부터 수집을 시작했다는 문학/역사 관련 고서적과 희귀 초판본 등은 바로 이 모건 라이브러리에 가면 볼 수 있는데, 컬렉션도 대단하지만 저택 또한 아름다워 들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모건 라이브러리의 본관은 찰스 맥킴(Charls McKim)이 설계한 McKim Building으로, 도서관과 서재로 사용하기 위해 1902-1906년 사이에 건축한 건물이다. 바로 옆에는 JP 모건이 실제로 거주하던 저택과, 그의 아들인 JP 모건 주니어의 저택이 있었는데, 2006년,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설계 하에 이 세 건물을 모두 연결한 상당한 규모의 박물관이 탄생했다. 메인 입구인 매디슨 애비뉴가 아니라 E36th Street 쪽으로 돌아가면 본관 건물을 바깥에서 볼 수 있다.
외관은 장엄하면서도, 내부는 아늑한 이탈리안-르네상스 양식의 McKim 빌딩 안에는 모건 라이브러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JP 모건의 도서관과 서재가 그대로 남아있다.
모건 도서관은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이다. 모든 것이 '책'을 위해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숨이 막힐 정도지만, 아주 거대한 규모는 아니어서 아기자기한 맛도 있다. 화려한 금박과 천장화로 장식된 높은 천장까지 책이 켜켜이 쌓아올려져 있고 바닥에는 페르시아산 양탄자가 깔려 있다. 호두나무로 만들어진 서가에조차 섬세하게 상감세공이 되어 있다.
모건 라이브러리에는 세 권의 구텐베르크 성경이 있다. 약 180권을 인쇄했다고 알려진 구텐베르크 성경은 오늘날 50권만이 남아 있는데, 모건 라이브러리가 보유한 것은 종이에 인쇄된 것 2권, 양피지에 인쇄된 것 한 권으로, 페이지가 유실되지 않은 완전한 사본이다.
이 외에도 Crusader Bible을 포함하여 이집트 시대부터 르네상스의 회화, 모차르트의 악보 원본까지, 모건의 수집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영국의 시인 예이츠의 사진과 자필로 씌여진 시
한편, 모건 서재는 비단과 벨벳, 카펫으로 온통 붉게 장식되었다. 붉은데 천박하지 않고, 우아하며 차분하다.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낮게 세워진 책장 안에도 책이 빼곡하다. 모건이 귀중품을 보관했다는 금고와, 오래된 마호가니 책상은 세월의 묵직함을 안고 자리를 지킨다.
서재와 도서관을 연결하는 홀의 로툰다(Rotunda)는 대리석과 모자이크 패널로 장식되었다.
처음 입구로 들어오면 바로 마주치게 되는 메인 홀 Gilbert Court는 시원한 통유리창이 탁 트인 모던한 공간이다. 이곳에 작은 카페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모건 가에서 실제 사용하던 다이닝룸은 'Morgan Dining Room'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으로 운영중이며, 20세기 초의 미국 음식을 선보인다고 한다.
모건 라이브러리의 입장료는 성인 $22.
금요일 오후 7-9시 사이에는 박물관 전체,
화요일 오후 3~5시와 일요일 오후 4~6시 사이에는 McKim빌딩에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19세기 초중반 미국 자산가들의 대저택이 미술관으로 전용된 대표적인 사례인 모건 라이브러리와 프릭컬렉션은 수집품과 함께 저택의 분위기도 짐작해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둘 중 한곳은 뉴욕여행 중 꼭 방문하기를 추천합니다.
글•사진•여행작가 제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