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거 가르치기

억지로 농구를 했다

by Henry Hong

아이가 달라지고 있다.

어릴 적에는 그저 나와 비슷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며 나와 다른 인간임을 느꼈다.

그걸 그때서야 알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신경 쓴 건 운동 하나였다.

체력을 키우는데 운동 말고 뭐가 있겠는가?

어차피 천재 아닌데 믿을 건 체력밖에 없다.

살아보니까 그렇다.


아이에게 제일 먼저 가르친 건 수영이었다.

수영선수는 아니더라도 제 목숨 지킬 정도의 딱 그 수준까지

레슨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자기 집 수영장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종종 있어,

꼭 필요한 운동이기도 했다.

우리 집에 수영장 같은 게 있을 리 없지만

몇몇 지인의 집에 수영장이 있다.


그다음에 가르친 건 태권도였다. 딱 3개월 하고 관뒀다.

그만둔 이유는 관장 목소리가 커서였다.


"아빠! 관장 목소리가 너무 커서 싫어."


외동아들이 싫다고 하는데 계속 시킬 이유 같은 거 없다.


"태권도하는데 당연히 기합을 크게 해야지..

사내자식이 끈기 없이 뭐야!" 같은 소리 절대 안 한다.


나는 8살에 시작한 태권도 이틀 만에 그만뒀었다.

아들이 나보다 낫다.


외동아들이다 보니 운동의 시작은 내가 가르쳐야 했다.

레슨이나 클럽에 보내기 애매한 운동들

예를 들면,

야구, 축구, 탁구, 배드민턴, 자전거 타기, 롤러브레이드 같은 것들

공 던지고, 공차는데 돈 드는 게 싫기도 했다.

내가 동네형들에게서 배웠던 걸 아들에게 가르치면 되지.

그러면서 내가 해 본 모든 운동을 경험시켜주려 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아빠 노릇 잘한다고 생각할 때쯤,

아들이 심각한 투로 얘기한다.


"아빠! 농구가 하고 싶어."


"앗.. 농구?"


"응, 농구.."


하필 농구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이 농구였는데..

농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의 농구 지식은 이충희 선수를 보던 것에 멈춰있다.


일단 날 잡아서 농구공을 샀고 공원으로 갔다.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둘이서 연신 슛만 했다.

폼이고 뭐고 힘 조절도 안됐다.

그리고 공 주우러 다녔던 시간..


집에 돌아와 유튜브를 찾아봤다.

농구 잘하는 법!

아들을 가르치려면 내가 먼저 배워야 하니까.

하지만 운동이라는 게 유튜브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차에 농구공을 싣고 다니다가 시간 날 때마다

아무 농구코트에 가서 농구 연습을 했다.

뉴욕에 흔한 게 농구 코트였다.

어느 때는 양복에 구두를 신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허리를 잔뜩 숙이고 손만 바쁘다.

눈은 공에서 떼지도 못한다.

드리블이 드리블이 아니다.

누가 봤으면 정신이상자로 봤을 수도 있다.

농구에 원수진 이상한 사람


농구2.jpg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다.

여름에 처음 갔던 농구 코트에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쌓이고 손이 시렸다.

해도 일찍 저물었다.

왜 농구가 실내경기인지 몸으로 알게 됐다.

농구실력?

역시 잘될 리가 없다.

이제 뭘 가르치려면 아들이 화부터 낸다.

농구가 부자지간에 불화를 만들었다.

난 허재가 아니었다.


아빠로서 다음에 할 일

학원(?)을 찾으면 된다.

인터넷으로 농구캠프를 찾았다.


아들을 초등학생들이 있는 기초반에 등록시켰다.

창피해하는 아이에게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며 잠시 설명충이 된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이를 데려가고 데려오고..

관중석에 앉아있으면 됐다.

따뜻한 실내, 손이 시리지도 않다.

초등학생들과 섞여있어, 눈에 확 띄는 아들의

공 튀기는 모습만 바라보면 됐다.


학교 체육관을 빌려 운영되는 농구캠프의 학생들은

거의 다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이고 백인이 한 둘 끼어있었다.

8명쯤 되는 코치는 전부 흑인

인종을 논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당연하게 느껴지는 느낌 같은 기분.

나 같은 동양인 아빠가 많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뙤약볕에서 농구하던 기억이 남아있다.

모르는 거 가르치려던 기억이다.

하면 될 줄 알았던 시간

자신을 그렇게 몰랐다.

아는 거나 가르치면 될 것을..

공이나 주워오고 바라만 보면 될 것을..


풋볼.jpg


근래 아들에게서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 공

던지는 법을 배웠다.

아들이 아는 걸 나에게 가르쳤다. 고맙다.

주말마다 나란히 앉아 미식축구 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미식축구는 공을 감추거나 뒤에서 태클을 거는 것이 합법이다.

왠지 미국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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