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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Feb 08. 2022

좋은 이야기 친구 하실 분

신문 광고였다

신문을 읽을 때는 정독을 한다.

신문만 한 오락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 생활정보 안내 페이지까지 꼼꼼히 읽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읽는 건 아니고

생활정보 안내를 읽다 보면 교포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알 수 있다.



일할 사람을 찾는 글

방이나 집을 나눠 쓰자는 글

사업체나 부동산을 판매하겠다는 글 등이

매일 생활정보 안내 면을 채우고 있다.


야채가게에서 일손 찾는 광고가 많은 걸 보니

예전보다야 못하겠지만 아직도 한국사람에게는 야채가게가 주류 업종 같다. 

요사이 월세가 많이 올랐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룸메이트를 찾는 글이 많이 보인다.


부동산 면을 보면 사는 동네 시세 파악이 된다.

어차피 교포들 모여 사는 동네 거기서 거기,

대충 봐도 비싼 동네는 비싼 이유가 있다.

당연히 학군에 따라 집값 차이가 크다.

그밖에 사업체를 팔겠다는 광고면을 보니

단연코 세탁소 매물이 많다.

각종 화학물 규제 때문에 힘든 세탁업에 코로나 시국까지 겹쳤으니

사양 사업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광고란을 읽고 있으면

교포사회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그때 생소한 광고가 눈에 확 띄었다.



'좋은 이야기 친구 하실 분'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개인 전화번호까지 밝힌 광고였다.


구인 광고란에 올린 내용이라 호기심을 갖게 됐다.

돈을 지불하고 라도 이야기 친구를 찾겠다는 광고



얼마나 외로우면 신문광고로 이야기 친구를 찾을까?

팬데믹 때문에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광고주도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일까?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아닐까?

광고는 3일 연속으로 실렸다.


신문을 읽을 때마다 그 광고에 시선은 멈추고

전화를 해볼까?라는 충동이 생겼다.


시간이 맞으면 이야기 상대를 해드릴까?

우울증 환자 많은 이민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볼까?

전화 한 통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돈 받을 생각은 없지만 3년 전쯤에 받은 상담교육을 써먹을 기회? 


한 줄짜리 광고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틀이 지나고 긴 고민 끝에 전화기를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렀다.

곧이어 시작된 신호 대기음..

신호 대기음이 길어졌지만 전화를 받는 이는 없었다.

장난 광고였나? 혹시 신종 사기?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느에.." 네도 아니고 예스도 아닌 어중간한 소리의 남자 목소리였다.

이 사람이 장난을 치나 싶었지만 내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스터 홍이라고 하고요.

신문 광고 보고 전화드렸습니다."


"느에" 이번에도 네와 예스의 중간 소리, 다른 말은 없었다.


"어떤 이야기 상대가 필요하신 가요?"


"여자가 필요합니다!" 목소리에서 연륜이 묻어 나왔고,

이 부분에서의 발음은 선명했다.


"아.. 그럼 저는 남자라서 안 되겠네요."


"느에!"


전화를 바로 끊었다.




헛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여자가 필요하다잖아요.. 여자가..


나에게는 이야기 친구가 돼주는 아내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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