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나
버릇처럼 서점에 가서 책 구경을 하는데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성격의 재 발견'이라는 책이었다.
작가는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10여 년 전의 일이다.
성격 유형으로 사람을 나누어 논 것이 흥미로워 읽게 되었다.
드디어 혈액형에서 벗어 난 성격 유형 나누기?
물론 MBTI가 유행할 때는 아니었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이런 지식을 어디다 써먹나?라는 의심을 하며 읽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 의심은 똑같다.
책을 읽고도 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생각을 안 했었다.
'이런 성격 유형들이 있구나' 정도를 생각했을 뿐이다.
잊고 있었던 책 내용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걸 알게 됐다.
어느 회사 입사 원서 기입란에 MBTI 유형을 적으라는 칸이 있었단다.
'이건 좀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게나 적어도 될 내용을 입사 원서에 왜 적으래?
아예 바꿀 수 없는 혈액형이나 별자리 같은 걸 적으라고 하지.
그러면서도, 한편 호기심이 발동했다.
내 유형은 뭐지?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테스트를 했다.
INTJ
내가 생각했던 내가 아니었다.
좀 전과 다른 웹에 접속해 다시 한번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내용은 거기서 거기였다.
또 INTJ
특징으로는 사고방식이 로봇 같다.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잘 못한다.
참고 참았다가 터트린다. 원리 원칙적이다.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결과였다.
오히려 나하고 반대되는 특징이 더 많다.
혈액형 별 특징하고 별 차이가 없었다.
영어로 된 테스트를 찾아 아내와 아들에게 테스트틀 했다.
아내 INSJ
아들 ENFJ
두 사람은 뭣도 모르며 테스트 결과를 재미있어했다.
결과를 읽어보니 이 두 사람 딱 그런 유형 같다.
INSJ: 일 처리에 있어 신중하고 책임감이 있다.
문제를 해결할 때는 과거의 경험을 잘 이용한다.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 따지고 캐묻는 스타일이다.
이러니 부부싸움을 하면 나는 연전연패
나는 이미 기억에 없는데 무슨 말대꾸를 하겠는가?
ENFJ: 동정심, 온화함, 결정 지향적 외향형이다.
한마디로 정의로운 사회 운동가
부부싸움을 하면 심판으로 나서는 아들이 이해됐다.
이 애 나름대로 함께 사는 좋은 공동체 만들기에 나섰나 보다.
이게 과학이었나?
나를 다시 돌아본다.
내가 모르는 내가 아직도 많다.
미안하게 나이만 먹었다.
나를 아는대도 노력이 필요하다.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없나 보다.
'INTJ 용의주도한 전략가' 다시 봐도 나는 아니다.
앞으로 이런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하는 건가?
혈액형으로 우리 가족을 보자면,
나의 혈액형은 A형이다.
부모님 모두가 A형이다.
아내도 A형이다.
장인, 장모 모두 A형이다.
내 아들? A형이다.
놀랍지 않다.
가족 중 누구라도 삐지면 아주아주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