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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Mar 16. 2022

아들 스토커

유별난 부부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세 사람밖에 없으니 서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비좁은 집을 벗어나 

롱아일랜드 바닷가를 가거나,

맨해튼으로 가 무작정 걷다가 아무 곳에서

끼니를 때우고

무료 관람을 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갤러리 구경을 한다.

뉴욕에 사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큰돈, 큰 맘 안 먹어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토요일에 학원을 가는 아들 때문에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세 식구는 주말 계획을 같이 세운다.

하나 못해 서점이라도 같이 가야 직성이 풀린다.

좁은 집에 살다 보면 이렇게 된다.


아들이 이번 주말에 뭘 할 거냐고 물었다.

별일 없다고 대답을 하니

자기는 여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단다.


아들이 데이트를 한단다.

잠깐 어처구니가 없다.


내 귀한 자식을 만나려는 여자 아이는 뉘 집 자식일까?

만나서 뭘 하려고 하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물었다.


"몇 시에 만나서 몇 시까지 집에 올 거야?"


2시에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몇 시에 올진 모르겠단다.


해 떨어지기 전에 들어오라고 협박조로 얘기했다.


나쁜 일은 언제나 해가 진 후, 해뜨기 전에 일어난다.


아들이 외출을 하고 우리 부부 급격히 말수가 줄어든다.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인터넷을 서치 하는 게 공허하다.

넷플릭스를 틀어 놓아도 리모컨을 누르는 손만 바쁘다.

뭘 보고 싶은 것도 흥미로운 것도 없다.

데이트를 하겠다고 나간 아들이 궁금하기만 하다.


한국 식당에 가겠다고 했는데,

음식 주문이나 똑바로 할 수 있을까?

버터 냄새 풍기는 한국말을 일하는 분들이 알아는 들으시려나?

쓸데없는 걱정이란 걸 알면서도 아빠 마음이 그렇지 않다.

내가 업어 키운 무녀독남, 외동아들이다.


여자 아이랑 데이트하는데,

"어이!! 그림 좋은데..!"라며 불량배가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 불량배는 총도 있다.


내가 안절부절못하는 걸 눈치라도 챈 듯

아내가 다가와 말을 건다.


애가 지금 디저트 가게에 있단다.


"전화 왔었어? 언제?"


전화 안 왔는데 다 아는 수가 있단다.


이건 또 무슨 소리?


궁금해하는 내 얼굴을 재미있어하며 아내가 얘기한다.


Fine My Phone이라는 앱을 이용해,

아들의 위치를 추적 중이란다.


"당신! 아들 스토커야!"



황당했지만 나는 안심을 한다. 하기야 아내는 아이를

유아원에 데려다 주고도 돌아서서는 유괴 걱정을 하던 사람이다.


우리 부부 유별나고 아이를 과잉보호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독립적으로 자랄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행동이 고쳐지지 않을.. 하나마나 한 생각이다.

아들이 좋은데 어찌하오리까!


그나저나 아들의 여자 친구도 무남독녀 외동딸이라던데..

그 집 부모 마음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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