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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Apr 14. 2022

뉴욕은 낮 술의 계절

긴 기다림

낮술 마시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자리는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사기도 쉽고 마시기도 쉬운 값싼 와인을 준비한다.

와인은 독주(Hard Liquor)와 구별돼 슈퍼마켓에서 간단히 구입할 수 있다.

물보다 싼 와인도 많다.

알코올 중독자 되기 참 쉽죠?!


이틀간의 비가 멈추고 주말 날씨가 좋아 간단히 피크닉을 나섰다.

허드슨 강이 보이는 배터리 파크(Battery Park)로 행선지를 잡았다.

따라나설까 말까?를 망설이는 아들은 과감히 떨쳐 버렸다.

다 큰아이 괜히 데리고 나가면 돈만 더 깨진다.


 

일찍 집을 나선 덕분에 자리를 선택하는데 여유가 있었다.

코 앞에 허드슨강이 흐르고 공원은 한적하기만 했다. 

문제는 낮 술이 아니고 아침 술로 시작하게 된 거다.

역시 인생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와인은 조쉬 브랜드의 카베르네 쇼비뇽, 아내와 내가 즐겨 마시는 캘리포니아 와인이다.

가격은 보통 14불에서 17불

특별한 날이 아니면 와인은 20불을 기준으로 고른다.

단순하게 20불 이상은 비싼 와인

20불 이하는 내가 언제나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어차피 술은 취하려고 마시기 때문에

맛은 별 문제 아니다. 덜 땡기는 술이 있기는 하다. 


와인의 본고장이라는 프랑스 와인으로 성공해 본 적이 없다.

두통으로 뒷 끝 장렬..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아황산염(Sulfites) 첨가가 필요 이상인 건 아닐까? 

나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와인에 질린 사람이 주변에 많다.

내 두통의 원인도 방부제 때문이 아닐까? 

미국법은 악착같이 첨가물 표시를 하게 하니

소비자는 뭐가 배속으로 들어가는지 정도는 안다.

맛에 둔감한 내게 두통으로 뇌가 알려준다. 프랑스 와인 No Good

지극히 개인적 의견입니다.


와인을 마시는데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여유 있게 햇빛 마시며 뛰는 사람들을 보니 팔자 좋아 보였다.

그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였을까?

알코올 중독자? 한국인이 봤다면 해장술?


당신들은 뛰세요!

저는 마시렵니다.

서로 좋아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맘 편히 생각한다.

비 온 뒤의 봄 날씨 때문인지 한 없이 여유로워진다.


옆의 아내와는 서먹하지 않은 침묵을 유지한다.

저 멀리 오가는 배, 가족단위의 사람을 구경하다가 

띄엄띄엄 대화가 오간다.

참, 평화로운 시간이다.

올해는 아내와의 결혼 20주년..

이런 시간을 위해 20여 년을 같이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싸움이 평화를 위한 전조였던 거야..


술을 마시다 보니 이른 시간이라는 걸 잠깐 잊었다.

근처에서 맥주까지 사다 마셨는데 12시가 조금 넘었다.

 

아내와 강가를 걸었다.

오래간만에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가 내 얼굴을 쳐다본다.

이 인간이 뭐 잘못한 게 있나?라는 표정이다.


"나 잘못한 거 없는데.. 왜!" 갑자기 발끈!


"누가 뭐랬어!" 아내도 발끈..

다행이다. 둘 다 힘이 남아있다.


저 앞 요트로 시선을 옮긴다.

이다음에 돈을 많이 벌어도 요트는 사지 말자고 의견 통일을 했다.

그냥 귀찮을 거 같아서..


아내가 커피를 사 오겠다며 멀어졌고 나는 근처 테이블에 앉았다.


불확실성의 시간을 견디며 긴 기다림 끝에 온 봄

낮 술을 마시니 제정신이 드는 기분은 뭘까?

이런 낮 술은 자주 해야 하나?


아무튼 뉴욕은 낮 술의 계절입니다.



같은 공원 내에서도 술 금지 구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꼭 확인하시고 술병을 따시기 바랍니다. 

술을 마시건 안 마시건 오픈된 술병만 가지고 있어도

25불의 벌금을 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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