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상상
소문이 안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들은 이야기를 예로 들면,
사업체를 운영하며 직원들 임금은 몇 달치 씩 밀리면서
가족 여행은 빼놓지 않고 가는 사람
영주권 스폰서를 해주겠다며 직원을 채용해서는
열정 페이만 주며 부려 먹다가 이런저런 핑계로
비자 스폰서를 안 해 준 사람
빚쟁이 앞에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사람
워낙 비좁은 교포 사회이다 보니 한 사람만 건너뛰면
모두가 아는 사람이다.
굳이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 안 해도
입소문으로 다 아는 게 교포사회다.
그 사람을 겪어 본 사람 중,
칭찬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람 본인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 좋은 양,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더 싫어한다.
그 사람의 자녀가 유명해지려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운동에 재능이 있었던 아이였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더욱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매체에서도 기사로 다룬 적이 있고
본인이 꾸준하기만 하다면 부와 명예를 얻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소문 안 좋은 사람이지만,
자식 뒷바라지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로 경기장으로 개인 연습장까지
데리고 다니려면 부모의 개인 생활은 포기해야 한다.
부모 입장이 돼보니
자식 교육이 쉽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운동선수의 부모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더욱이 세계적 선수의 부모 자리? 쉽게 얻는 게 아니다.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부상 걱정 때문에 노심초사가 일상이다.
괜스레 그 사람 입장이 돼 봤다.
직원들 임금을 떼먹지는 않았다. 그냥 몇 달치 늦었다.
줄 돈 못줘 욕먹는 걸 알았지만
어린 자식들과의 여행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여행 가자고 밤낮으로 졸랐다.
자리 비워가며 직원들 몰래 여행 다녀오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내 아이와 한 직원의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않았어도
비밀은 지켜졌을 거다.
비자가 필요한 직원에게 스폰서 제안을 하고,
안 해준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비자가 없어 일을 못한다며 비자 스폰서만 해주면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
스폰서를 해주려면 회사에서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물론 사장으로서 변호사와 상담을 한 후에 결정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그 당시 내가 좀 바빴고 변호사 상담을 이미 했다는
직원의 말만 믿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비자 스폰서의 자격 조건이
한 둘이 아니었다.
회사의 기밀이라 할 수 있는 재정 관련 서류까지 모두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그런 서류까지 준비해서라도 붙잡고 싶은 사람이
그 직원은 아니었다.
운동하는 자식 뒷바라지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부모 입장에서 괜한 상상을 해봤다.
듣자 하니 그 사람 자녀의 성공 가능성을
매스컴이 먼저 알아봤고 부모에게 인터뷰 요청도 있었단다.
하지만 그 사람은 꼭꼭 숨어 버렸다.
자식이 행여 손가락 질이라도 받을까 봐 걱정이 되었을까?
그 사람이 지은 죄 때문이겠지만
자랑스러운 자식의 축하자리에 함께 나서지 못하는 상황
예전에 받을 벌을 지금 받고 있는 건가?
나에게 유명한 운동선수 자식이 있다면
동네방네에 저 애가 내 자식이라고 자랑하며 다닐 거다.
속물근성 용서 바랍니다..
자식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죄짓고 살지 말아야겠다는 흔한 생각을 해본다.
욕먹고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좁다.
행복한 자리는 자식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