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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Sep 23. 2022

자녀의 에세이를 도와드릴까요?

단돈 천칠백만 원입니다.

아들이 대학에 가려면,

17 남짓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에세이를 

써야 한다.

"저는 이러저러한 학생이라 당신의 학교에 

 필요합니다."

하지만 특별히 쓸만한 내용이 있을 리 없다.

내가 알기로 아들은 인권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지도 않았고,

경제 사정으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려 본 적도 없다.

아들이 에세이를 쓰는데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에세이 코치에 만 이천 달러

환율을 따져보니 거의 천칠백만 원이었다.


"열심히 도와 드리기야 하겠지만 학생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저는 뉴요커 매거진 이외에도

각종 잡지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하는 작가입니다."


학생의 관심사와 미래 직업 등을 토대로 

전문 작가가 에세이 쓰기를 도와준다.

보통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1주일에 한번 정도 

워크숍을 진행한다.

 선생의 경우 1년에 6~8정도의 학생만을

맡는다고 한다.

에세이 글쓰기에 천오백만 원이 넘는 

돈을 쓴다는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소개로만 학생을 받는다는 워크숍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무슨 자랑거리가 단다.

스카이 캐슬 실사판을 라이브로 볼 줄이야.


더 비싸고 더 까다로운 선생님 더 있다.


 아이보다   많은 아들을  후배와 

저녁 자리를 갖었다.

내가 아는 유일한 대기업 임원이다.

자식의 대학 입시를 작년에 거친 후배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  있었다.

대기업 임원이라서가 절대 아니다.

입시를 거친 아빠의 허세였다.

하지만 부러웠다..


" 아무 학생이나  받는다니까요."

어디서 많이 들어  말이다.

보통 소개를 통해서만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단다.

선생이 무진장 바쁜 척한단다. 아니 바쁘단다.


학생 면접을 본다.

학교 성적, 가고 싶은 학교, 학생의 관심사, 에세이 유형 등을 얘기하고,

면접에 합격하면  이천 달러를 

일시불로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번씩 세미나식 

강의가 이루어진다.

 시간 인터뷰를 진행하며

에세이의 방향을 잡아주고,

그 이후에는 매주 만나 에세이를 고쳐 나간다.

한 학교에 제출하는 에세이는 보통 4편 정도가 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작 에세이 도와주는데 

너무 큰돈 아니야?"

나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형 애가 공부 잘하는데 밀어줘야 되는 거 아니야! 욕심나지 않아?"

질문을 질문으로 받는다. 이 자식 프로다.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학교가 SAT 시험 점수 

제출을 옵션으로 정했다.

점수가 높으면 제출하면 되고 낮으면 제출하지 

말라는 의미다.

아이러니컬하게 시험 점수 필요 없다니

상위층 대학의 경쟁률은 최고로 올랐다.

시험 점수  본다니 갑자기 대학 문턱이 

낮아 보이나 보다.

문제는 어떻게 입학 사정관들의 눈에 띄는가?

기본적인 평가기준은 이렇다.

이수한 수업의 난이도? 학년 석차? 표준 시험 점수?

추천서? 과외활동? 캐릭터? 에세이?

에세이의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단다.

에세이 학원에서부터 흘러나온 루머가 아닐까?


저녁자리 내내 자식들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요즘 아빠들 정치, 스포츠에만 관심 있는 게 아니다.

참고로 후배의 아들은 캘리포니아의 중상위층 

대학에 합격했다.

에세이에 투자를  했으면 

그 수준의 학교는  갔을 거라고 

후배는 믿었다.

내가 믿기 힘든 것을 후배는 믿고 있었다.


귀가해서 반주 덕분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College Essay Coach

서치를 하자마자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됐다.

에세이가 세상의 중심인 세계였다.

'아니 칼리지 에세이가 이렇게 중요해?

뭐가 이리 다채로워?'

호기심에 가격 정도를 살펴보고 컴퓨터를 껐다.

에세이의 페이지 수로 가격을 책정하는 곳

일주일에 한 번씩 비용을 지불하는 곳

매 달 지불하는 곳,

별걸 다해주는 패키지 까지..

다양한 지불 방법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다양한 가격 대가 형성돼 있었다.

물론 인터넷에 광고조차 안 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할 것이고..



인터넷으로 찾아보기 전에는,

이민자 부모가 주 고객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역시 학부모들 마음 어디나 똑같다.

미국 학부형들도 입시 준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학생만큼 부모도 공부를 해야 한다.

그 공부라는 게 돈 없으면 발품이라도 팔아야 한다.

대학정보 찾아 삼만리에 나서야 한다.

돈을 아끼려니 몸이 피곤해진다.



에세이의 주제는 이런 것이 포함된다.


당신이 감사하는 사람?

태어나서 처음 읽은 책?

당신이 믿는 용기?

당신의 성장기?




아무리 생각해도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에세이 쓰는 비용으로

쓰기에는 아깝습니다.

술기운에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그럴 돈이 있으면 가족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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