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한 이유?
아이를 하나 키우면서 많은 곳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 오 건 했다.
어릴 적 유아원부터 시작해 학교, 학원, 친구들과의 각종 행사까지
아이를 데려다줬었다.
아이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며 멀리서 아이를 바라보는 재미도 솔솔 했고.
데려오는 차 안에서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소소한 행복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를 직장에 데려다주는 경험을
하게 됐다.
아들은 내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일을 시작해,
줄곧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단다.
애 엄마는 자식을 일터에 데려다주는 일 같은 거
관심 없다.
아내는 은근 냉정하다.
아들을 직장에 데려다주는 아빠가 한심해
보이긴 합니다.
그래서 데리러 가지는 않습니다!
직장이라고 해봐야 여름 동안에 하는 인턴쉽
활동이다. 보수를 받지 않으니
직장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일을 하러 나간다.
여느 때와 같이 집을 나서는데 아들의 모습이
영.. 낯설었다.
더운 여름인데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고 있다.
데려다주는 아빠의 마음 가짐을 알턱 없는 아이가 재잘재잘 떠든다.
아들은 한국계 뉴욕주 하원의원의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은 보통 행정 처리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접수하러 오거나,
반대로 행정 처리에 대한 도움을 얻고자 한단다.
어느 때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사무실을 찾는
사람도 있단다.
내용이 뭐냐고 물으니, 집 위로 지나는 비행기가
시끄럽다며
비행기 노선을 바꿔 달라고 한단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매주 몇 번씩을
몇 년째 오고 있단다.
민원이 접수된 것도 이미 오래전이고
비행기 노선 바꾸는 게
쉬운 일도 아닐 텐데 심심하면 찾아온단다.
그 사람의 불만 사항은 비행기 노선뿐만이 아니고 거리의 가로수,
표지판 등, 많은 것이 불만이란다.
세상을 바꿔 보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무실 사람들에게는 고역일 수밖에 없다.
며칠 일한 아들도 그 사람이 오면 숨고 싶다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을의 입장은 당해봐야 아는 법이다.
간혹 영어를 못하는 한국 사람들이 사무실로
찾아오는데 아들은 한국말을 잘 못해
당황스럽고 그들에게 미안하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라는 당연한 말을 한다.
아들이 잘 버텨주기를 기대한다.
당연한 시행착오에 주눅 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아이를 일터에 내려주러 가는 길인데도, 아이가
일하러 간다는 것이 믿기 질 않는다.
대견스러운 마음은 눈곱만큼 정도, 독립할 나이가 돼가는 아이에게 아쉬움만 커진다.
언제 이렇게 큰 걸까?
많은 걸 혼자 할 수 있게 된 나이인데
아빠의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 일 뿐..
사내자식, 강하게 키워야지 하는 마음은 마음일 뿐
모자라는 아빠는 심란하기만 하다.
15분 정도를 운전해 아이를 내려준다.
늘 하던 Go Have Fun!이라는 인사가 어울리지
않았다.
일하러 가는 아들에게 "재미있게 놀다 와!"는
아무래도 할 말이 아니다.
"파이팅!" 이것도 좀 이상하다.
찰나의 고민을 하다가
어설프게 손만 흔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