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여자 친구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아들이
여자 친구 소식을 전했다.
이것도 경험이 쌓이는지 당혹감, 소외감....
또는 짜증, 화 같은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당연히 같은 여자가 아니다. 만난 지 몇 개월 만에
헤어진 첫 여자 친구는 여사친이 됐고..
새로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됐단다.
작년에는 한창 입시 준비로 바쁠 때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와
엄마, 아빠의 속을 뒤집더니..
올해는 입시 준비가 끝나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지금, 소식을 전했다.
아주 조금 안도했지만 또 다른 걱정이 고개를 든다.
인연을 만든 다는 것 부모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번에도 하필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지원한 대학 중 뉴욕시의 대학은 없다.
예전부터 아들은 집과 멀리 떨어진 곳의 대학에
가겠다고 했다.
좀 섭섭하긴 하지만,
태평양을 건너온 아빠보다는.. 그나마 낫다.
그에 비해 새 여자 친구는 뉴욕 근교의 학교들에만 지원했단다.
내년이면 둘 다 어느 대학이건 갈 테고
장거리 연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안 해도 될 가슴 아픈 사랑의 주인공이 될까 봐
걱정이다.
아직은 마음의 흉터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아빠의 바람이다.
아들은 원하는 대학의 원서 접수를 모두 끝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대학에 따라 지원을 달리 해야 하고,
합격 여부도 모두 따로 받게 된다.
누군가는 지원한 모든 대학에서 합격 소식을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모든 학교에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학생들은 학교를 세 단계로 분류해 원서를 제출한다.
첫 번째 부류의 학교는 꿈의 대학,
기적이 일어나면 합격할 수 있는 대학들이다.
두 번째는 이 정도 했으면 합격되지 않겠어! 수준의 학교들에 지원한다.
문제는 이 정도라고 생각하는 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숫자가 더 많다는 거다.
아이비리그에 떨어진 학생들이 몰리는 특정 학교는
매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수준이면
갈 수 있는 학교들에 지원한다.
재수의 개념이 거의 없으니 어느 학교건 입학은
해야 한다.
초조하게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아들이 여자 친구와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록펠러 센터로 가 크리스마스트리 구경을 하고
여자 친구가 좋아할 디저트 가게를 가겠단다.
그걸 지켜보면서도 아빠는 마음이 편치 않다.
곧 헤어질 텐데..
곧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텐데..
둘 다 마음이 아플 텐데..
둘 중 하나는 붕괴될지도 모르는데..
절대로 안 헤어지겠다면 어쩌지?
그건 말도 안 된다고 어떻게 설명을 하지?
시간이 문제지 지금 나이에 만나는 연인은
헤어지는 게 숙명 아닙니까?
이번에도 성질 급한 아빠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곧 헤어질 텐데 너무 가까워지지 말아라.."
"나도 알아 아빠.."
안다고 말하니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알긴 네가 뭘 알아!
대학 가서 더 좋은 여자 만나라! 같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빠의 침묵에 아이가 말을 덧 붙인다.
"그래서 더 잘하려고.."
할 말 잃었던 아빠가 기껏 한 말은..
"그 애가 널 찰 테니까 마음의 준비나 해둬라!"
아들이 한숨을 내쉬고 말한다.
여자 아이가 차주기를.. 그러기를 바라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