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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Jan 25. 2023

공부만으로 부족한 대학 가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

아들의 유펜 합격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아빠가 복에 겨운 순간들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아들이 고맙기만 하다.


주변, 입시를 앞둔 부모들이 묻는다.


비결이 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와 아내도 그 비결이 뭐였는 지

심각하게 생각해 봤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는 체력이었다.

입시가 다가 온 고등학생들은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체력을 빼놓고는 스펙에 필요한 공부와 특별 활동을 할 수 없다.

늦어도 중학교부터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 체력을 키운다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달리기 정도를 억지로라도 시키는 거다.

부모가 같이 뛰면 좋겠지만 그럴 여력이 안된다면 달리는 걸 지켜보기라도 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뛸 때마다 기록을 재서 성취감과 동기 부여를 해준 게 도움이 됐다.

달리기로 체력이 향상된 아이는 농구를 해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더 뛸 수 있었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조금 더 길었다.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자신감을 주었고,

지칠 때까지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시간 싸움에 체력은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두 번째는 계획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체력에 기본 점수만 유지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4년 제인 미국의 고등학교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수업의 선택사양을 구체적으로 희망 대학에 맞춰야 한다. 수업의 난이도는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서서히 높여가는 것이 좋다. 쉬운 과목으로 받은 좋은

점수는 그저 그런 평가를 받는다.

도전 정신이 없는 학생으로 취급받는다.

원하는 대학에 준비된 학생이라는 것을 어필하려면 일관된 계획으로 차근차근 발을 내디뎌야 한다.

아들의 경우 쉬운 AP(Advanced Program) 과학과목을 1학년부터 선택해 난이도를 높여갔다.


학업 스케줄을 미래의 대학과 전공에 맞췄다면

특별 활동 계획이 필요하다.

방학 때마다 봉사 활동을 바꿔가며 여러 일을 하는 것보다, 한 가지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서없는 단기 봉사는 속이 훤히 보이는 스펙 쌓기다.  아들의 예를 들자면 중3 때 시작한 지역 봉사를 고등학교까지 계속 이어왔다.

특별 활동이라는 게 거창하지도 않았다. 저보다 어린 학생들 숙제를 도왔고, 같이 놀아줬을 뿐이다. 단지 제 시간을 긴 시간 나눈 것이다.

거창한 특별 활동을 하자면 아프리카에 가서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살필수도 있고, 교수와 함께 하는 연구에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단기로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미국 돈 5만 불을 내고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다녀온 아이를 알고 있다.

그 아이는 아이비 대학에 불합격했다.

돈만 있으면 되는 특별 활동은 더 이상 특별한 게 아니다.

한때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활동 중, 자녀들에게 아프리카 민속 악기를 배우게 한다거나, 유태인의 히브리어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자식을 눈에 띄게 만들자는 계획이었는지 몰라도, 그런 계획으로 성공한 예를 나는 보지 못했다. 굳이 그런 계획을 세워야겠다면 아이가 아프리카 드럼에 미쳐있거나 히브리어를 꼭 배워야겠다면..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드럼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거나, 유대인 랍비와 성경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뒷바라지가 필요할 것이다.

부모의 열정이 이에 못 미친다면 괜히 아이만 피곤해진다. 계획을 세웠다면 부모와 아이는 입시가 끝나는 그날까지 함께 해야 한다.

아이비 대학 입학이 목표라면 고등학교 재학 중, 계획을 수정할 시간 따위는 없다.

일관되지 않은 스펙은 감점 요인이다.

 

대학에 들어갔는데 죽어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 전공을 바꿔도 늦지 않다.

죽겠다는데 뭘 못하겠는가!


아들의 아이비리그 합격 비결을 생각하다 보니

첫 번째가 체력, 두 번째가 계획이었다.

체력은 억지로라도 시키며 키울 수 있었지만,

계획을 세우는 데는 많은 대화가 필요했다.

내 경험을 보더라도 내키지 않는 일을 장시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넌 뭐가 하고 싶은데?

이런 것 중에 선택해 봐?

그건 왜 하려는데?

이건 어떻게 하려고?

가장 많이 오갔던 질문들이다. 같은 질문을 아들이 나에게도 했다.


의견 충돌이 있으면 아빠는 이런 태도를 취했다.

"선택하는 순간 책임은 네 것이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라!"


한국의 입시 상황과 미국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이런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한국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싫건 좋건 아이들의 미래 경쟁자는 한국을 벗어난 세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아직도 많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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