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없다.
운동을 좋아하 건 말 건 사내아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장면이 있다.
계단을 뛰어올라 포효하는 록키의 모습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음악.. 빰빠바 밤빠.. 빰빠바 밤.. 숱하게 치른 시험 전 날 들었고..
입영 전날..
미국을 오기 전날..
심지어 데이트 나가기 전에도 들었던 음악. 중요한 일이 있기 전 들었던 음악이다.
일이 끝나고 들은 적도 많다.
시험을 망치고, 데이트를 망치고, 상사에게 깨지고 들었던 음악이다.
한 때는 아들의 기상 음악으로 틀어주기도 했다.
나에게는 전투력을 키울 때도 힐링을 할 때도
도움을 준 영화 록키.
처음 록키의 그 계단 앞에 섰을 때..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창피함을 잊은 채 그 계단을 몇 번이고 뛰어올랐다.
창피하지 않은 이유는 나 말고도 그 짓을 하는 이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국적 상관없다. 인종 상관없다. 뛰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그 계단 위에 서 본 이후 몇 차례 더 방문했고, 넋 놓고 계단을 뛰는 남자들은 늘 있었다.
그리고 한심하다는 투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주는 여자분들.
도대체 이 계단이 뭐라고!
이 계단을 모르면 말들 마슈!
예전에는 록키 동상이 계단 위 한가운데서 필라델피아 시내를 내려 다 보았지만 지금은 계단 밑으로 옮겨져 있다. 하지만 장소와 상관없이 세계 각지에서 온 록키 추종자들의 성지가 돼버린 곳이다.
영화는 그저 그런 삼류 복서의 챔피언 도전기다. 하물며 성공도 못한다.(스포 죄송합니다.)
1976년도 영화이니 오래되기까지 한 영화다. 그런데도 록키의 팬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5년 생 아들이 좋아하고 그의 친구들도 최애로 꼽는 영화 중 한 편이다.
이제는 숫자 세기도 힘들 만큼 속편이 나왔고 크리드 시리즈로 연결 돼 계속 관객을 맞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디까지 우려먹을지가 관심사다.
록키는 1편 딱 한 편만 보면 된다.
중학교 때 처음 마주한 록키는 묵묵히 운동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브로마이드(Bromide)를 구해
벽에 걸어 놓기도 했다. 어린 내가 봐도 멋진 몸매의 사나이.
두 번째 봤을 때는 아드리안과의 사랑이 눈에 보였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록키를 보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다음에는 새벽에 일어 나 달리는 외로운 남자를 봤고, 그다음에는 늙은 코치가 보였고..
결국 아무것도 아닌 남자가 보이기도 하고 드디어 끝났다고 선언하는 남자가 보이기도 했다.
매번 록키는 다른 영화로 다가왔다.
영화를 다시 본 횟수만큼 시간이 흐른 지금은,
지난날의 내가 겹쳐 보인다.
수많은 헛스윙을 했던 젊은 날의 나,
한 방을 노리는 지금의 나.
시나리오를 끝마친 실베스터 스탤론은 제작사를 찾게 되고 역사는 시작된다.
실패를 경험해 본 이는 실패가 두렵다.
그러나 시도는 계속된다.
후회가 더 두렵기 때문이다.
록키가 주는 감동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링에 홀로 선 순간, 이미 록키에게는 결과가 중요치 않았다..
최선을 다 했는데 뭐가 남아 있겠는가?
후회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우리가 록키에 열광하는 이유다.
아들은 록키의 전 시리즈를 다 봤고 크리드 (Creed) 시리즈가 나오면 극장으로 달려간다.
영화가 좋으냐고 물으니, 다음 편이 나오면 닥치고 보는 게 전통이 돼 버렸단다.
이러니 제작사들이 속편을 만들지요.
Rocky (1976)
Director: John G. Avildsen
Cast: Sylvester Stallone, Talia Shire, Burt Young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