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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Mar 16. 2023

에드워드 호퍼 진정한 뉴요커

한낮의 휘트니 미술관

한 그림을 계속 보고 있자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때는 화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되고,

신비하다는 그림이 신비로워 보이지 않고..

명작이라는 그림을 보고 있다가

욕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리 만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된다. 한정된 크기의 인쇄물로 접할 때도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데 애를 먹었다. 그림 속 인물들이 말을 거는 것 같고 자신을 봐 달라고 호소한다. 그림 속, 이야기로 깊숙이 빠져 든다. 정작 인물들은 아무 말 없는데....

멍 때리기에 가장 적합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


에드워드 호퍼의 휘트니 미술관 전시가 막을 내렸다. 다행히도 지난주, 전시회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근래 가장 큰 호퍼의 특별전이었다. 그의 초창기

그림부터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시의 끝을 아쉬워하듯  평일 낮 시간임에도,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혹시 일찍 들여보내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로 12시 예약 시각보다 40여분을 일찍 갔는데, 역시나 그런 일은 없었다. 시간을 때우려  로비의 선물 가게를 구경하고 바로 옆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했다. 조용히, 무심히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은 하퍼의 그림 속 인물을 연상시켰다.

사연 있을 것 같은  혼밥러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있으랴마는..


시간에 맞춰 티켓을 보여주고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전시실을 가득 메운 관객에 놀라고 말았다. 전시회를 다니며 이런 인파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호퍼의 인기를 실감했다. 뉴요커 미술가를 위한

뉴요커들의 존경과 사랑이 아니었을까?


호퍼는 뉴욕시 근교의 나약에서 태어나 뉴욕시에서 생을 마감한 진정한 뉴요커였다(1882~1967).

당연하게도 그의 그림들에는 뉴욕의 정서가 곳곳에 담겨있다.

도시적 삶, 고독. 허무

한정된 공간 속, 인물들의 말 없는 호소와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사실주의 화가(Realist Painter) 인데도 작품은

나른한 동화 같다.

현실적인데도 미스터리 한 분위기

내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다.


거리에서

카페에서

거실에서

옥상에서.


흐르는 시간을 포착한 듯한 그림은

나를 상상하게 만든다.

식당 안 커플, 뒷모습의 여자를 빼고 모두가 바빠 보인다. 할 일이 있어 보인다. 심지어 여자 앞의 남자도 뭔가를 먹으려는 것 같다. 오직 빨간 모자의 뒷모습만 정지되어 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여자의 어깨가 삐딱한 그녀의 시선을 대신하는 것 같다.

이 눈치 없는 남자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지 망설이는 게 아닐까? 이 남자 먹는 모습이 쳐 먹는

걸로 보이는 건 아닐까?

굳은 남자의 표정은? 이 식당을 선택한 여자가 한스럽다? 상상은 다른 상상으로 쉽게 옮아간다.

식탁보, 의자, 화분.. 뉴욕 식당의 100년 전 모습이지만 지금도 볼 수 있는 소품들이 시간을 거슬러,

사람들 사는 것 다 똑같다고 외친다.

생생한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림만의 미덕이다. 상상할 틈을 준다. 그 틈은 나에게 휴식이다.


유난히 노령의 관람객이 많았다. 호퍼의 그림을

보며 그들은 향수를 느끼지 않았을까? 지금은 갈 수 없는 예전의 시간으로 잠시 떠나지 않았을까?

그림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더욱 간절해 보였던 이유 같다.

그리움의 눈은 선량하기만 하다.

곧 다가 올 노년의 내 시간을 생각한다.

그들의 눈길에 공감하게 된다.


미술관을 벗어나도 멍하기만 했다.

여행을 마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헤어지고....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시작인 것들이 있다.

여운은 끝날 줄 모른다.


이번 전시회에는 없었지만  시카고에서 관람했던

나이트호크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가 그린 '나이트 호크(Nighthawks)'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42년에 제작되었다. 뉴욕의 거리에 위치한 커피숍 안, 밤늦게 모여있는 인물들을 그린 것으로,

창문을 통해 보이는

외로움과 허전함이 묘사되어 있다.

 인물들의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몸짓과

분위기를 통해 내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고독한 분위기와 도시적인 모습이 어떤 불안감으로

그려져 있어 평생을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언제 뉴욕에서 호퍼의 전시회가 다시 열릴지

모르지만 나는 틀림없이 방문할 것이다. 그때도

아내가 내 옆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아내에게는 그때도 같이 오겠냐고 묻지 못했다.


너랑 오고 싶겠냐!!!! 환청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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