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지금부터 시작
미국의 2005년 생들 입시가 끝났다.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아이비를 비롯한 대학들의 합격자 발표가 끝났다.
재수가 흔치 않은 미국의 입시 관문은 지난 주로 끝났고 2023년은 그들의 인생에서 절대 못 잊을 해가 됐다.
원하던 대학의 합격 여부에 따라 희비가 교차했겠지만 곧 부모의 둥지를 떠날 아이들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날갯짓은 벌써 시작됐다.
6월에 있을 졸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꿈결 같지만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설렘으로 가득했던 친구들로 둘러 싸여 있을 때다.
그중에는 날아갈 곳을 좀 더 빨리 정한 친구들이 있었고 늦게 정한 친구가 있고..
자신이 텃새인지 철새인지도 헷갈리며 중년이 된 옛날 아이들이 있다. 수많은 후회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서로를 위로한다.
잘 못되고 잘 되는 거 뜻대로 된다면 그게 인생인가? 소설이지.
인생 오십을 넘어보니 확실히 행복은 성적 순이나 명문대 입학이 아니었다. 행복은 성격이 좌우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한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외친다.
대학의 합격 발표가 있고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한국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어느 학생의 합격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공정치 않다는 글을 커뮤니티에 퍼 나르고 있고, 이미 입학 취소 의견을 국제 청원사이트에 올렸다.
하지만 누구도 진실은 모른다.
미국의 학생 선발이 그리 단순치가 않기 때문이다.
SAT(미국의 수학능력시험) 만점자가 불합격을 하기도 하고, 시험 점수 미 제출자가 합격을 하기도 한다.
학교 지원서에는 학생의 학력, 성취, 역량, 자기소개, 추천서 등을 포함하고, 추가적인 서류와 동문과의
인터뷰도 통과해야 한다.
학교 측에서 정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그럴 리도 없겠지만.. 한인 사회의 술렁거림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청원은 3만 8천을 넘어섰다.(4월 17일 미동부 시간 기준)
명문대 합격에 의문점 이라니? 곧 미국 학부형들에게도 뉴스는 전달될 것이다. 혹은 이미 알고 있거나..
솔직히 미국에 살며 한국의 이슈를 이런 식으로 접하는 게 반가울 리 없다. 그러나 기왕 이렇게 된 거 깔끔히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학생들이 쓸데없는 눈총을 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미국에서, 하필 한국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 이 아이들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건
어른들 몫이다.
날아가려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짐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간 많은 내가 상상을 해본다.
어떤 편법이나 불법적 요소가 명문대 합격에 영향을 미쳤다면 학부모 협회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학부모들의 회의, 공청회가 열릴 테고 그다음은 동문회의 등장.. 학교 명성에 해가 되는 일은 용서가 없다. 이제 미국 매스컴의 질타가 이어지며 도덕성을 운운한다. 압력에 굴복한 학교는 책임 있는 대답을
내놓게 된다.
그렇다면 학생 당사자는? 불법 유무의 당사자는
어른들 아니었나?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날아 보지도 못하고 날개가 꺾인다면?
입학을 했으니 졸업만 하면 그만이라고?
그건 미국의 대학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수준에 안 맞는 수업은 쫓아가지도 못한다.
입학보다 졸업이 몇 배 힘든 게 미국의 시스템이다.
어렵게 합격한 명문대에서도 중도 탈락자가
생기는 이유다.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진 느낌이다.
제발 상상이 상상으로 끝났으면 한다.
둥지를 떠날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할 말 다 하는 것이, 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조용히 응원해주고 싶다.
지금부터 시작인 아이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