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창을 지켜보며 느끼는 공감..
창의 불안정이 좋았다.
서점에서 처음 그를 봤을 때부터 나는 알았다. 쉬운 상대라는 걸....
그 앞에서 나는 누구든 될 수 있었다.
그의 초조함을 지켜보는 쾌감이 있었지만,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 충돌했다.
우린 너무 닮아있었다.
공감하기 싫은 공감에 갈등할 때는 검은색 피부의 그를 찾았다.
영주권을 약속 한 그 남자를.
그 남자와 한국어가 아닌 언어의 대화 끝.. 이어지는 욕망의 분출은..
그 어떤 잡념도 파고들 수 없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쁘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나는 공부도 잘했다.
뉴욕에서 애니메이션 공부를 하고 싶었다. 소망했던 일을 하고 싶었다.
학원에 갈 여력이 없어 독학이었지만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소망을 이루는데도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 것은 고등학교도 가기 전, 어린 나이였다.
어릴 적부터 듣던 이쁘다던 소리는 알바 사장들의 끈적한 시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느 곳에서 일을 하건 마찬가지였다.
노골적으로 치근대는 손님들..알바생들 그리고 사장들..
공주 같은 얼굴로 태어났다면 집은 궁전이었어야 했다.
공주 얼굴에 단칸방 신세..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이었다.
뉴욕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읽는 게 유일한 기쁨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월 만불 보장. 알바하며 뉴욕을 만끽하세요!]라는 광고
광고가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불이라는 돈은,
하루에 룸을 두 탕 뛰고 쉬는 날 없이 한 달을 꼬박 일하면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여행 비자로 들어 가 6개월 정도 일하면 7천만 원 정도는 손에 쥘 듯싶었던 생각은,
희망사항 일 뿐이었다.
현실은 술이 힘들어 일주일에 이 삼일밖에 일을 할 수 없었고, 뉴욕의 비싼 물가를 몰랐다는 거였다.
돈은 모이지 않았고, 눈가의 주름은 늘어갔다.
뉴욕 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놀러라도 다니자는 마음을 갖었을 때,
검은 피부 찰리를 만났고,
창을 만났다.
아주 가끔은 창.. 그가 보고 싶을 거다.
나와 같은 눈을 가진 그와 보냈던 우울한 뉴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