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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Jul 28. 2021

나는 바나나와 결혼했다

그리고 나와 똑 닮은 바나나를 낳았다.

바나나

외떡잎식물 생강목 파초과 바나나속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으로,

흔히 이 식물의 열매를 "바나나"라고 칭한다. (나무위키 참조)


겉은 노란 동양인인데, 속은 하얀 백인 인 사람을 일컫는 속어.

장난이나 멸시적으로 쓰일 수 있다. 

검은 머리 미국인과 비슷한 뉘앙스(?)

물론 해석은 듣는 사람 마음대로..

같이 웃을 수도 있고.. 당신을 인종 차별주의자로 고소할 수도 있다.

오레오(Oreo Cookie)라 불리는 사람들도 있다.

오레오 과자에 빗대어 부르는 건데 겉은 검은데 속은 하얀 사람들.



나는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나고 뉴욕에서 자란 여자와 결혼했다.

알바하던 운동화 가게 건너편에는 한국 분이 운영하는 야채 가게가 있었다.

좀도둑은 범죄 취급도 안 하는 브루클린의 살벌한 동네.

한국 사람이 많지 않고 위험한 동네라 한국인끼리 의지하며 지내는 분위기였다.


나는 야채 가게 사장님을, 사장님이라고도 안 부르고 그냥 아줌마라 불렀다. 

그 아줌마는 훗날 장모가 된다.

그 당시, 아내는 주말이나 방학 때 엄마를 도우러 가게에 나오 건 했다.

아내는 말한다. 부모를 도울 때도 두 번 생각해야 한다고..

잘못하면 나 같은 사람 만난다고.. 어째 농담 같지가 않다. 기분 탓인가?



결혼을 하고도 한참을 아줌마라는 말이 튀어나와 장모 부를 일을 아예 안 만들었다.

장모도 비슷한 상황이었는지 당신의 딸과 결혼한 후에도, 한참을 미스터 홍이라 부르셨다.

지금은 홍 서방이라 부르신다.



첫 데이트(?)

공부 못하던 아니 공부할 시간이 없던 가난한 유학생.

숙제 도움이 필요 해, 바나나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아줌마가 오빠 좀 도와주라는 얘기를

딸은 거역 못했다(?)

주머니 사정 뻔한 내가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은 중국집이었다.

Chinese Restaurant이 아닌 짜장면을 파는 삼원각이라는 식당이었다.

뉴욕에 짜장면 집 물론 있다.

같이 먹은 메뉴는 짬뽕 그리고 큰 마음먹고 시킨 새우 깐풍기. 바나나가 먹고 싶단다.

짜장면 집에서 짜장면을 안 시키다니..

영어 숙제가 목적이었던 날이, 첫 데이트가 됐다.



그리고 5년 후,

같은 중국집에서 같은 짬뽕, 새우 깐풍기를 시켜 놓고 나는 바나나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당연히 무릎을 꿇고서.. 반지를 내밀고.. "Would you marry me?"

깜짝 놀란 바나나가 울었다. 

반지라도 받은 것에 안심이 됐나 보다.

멍하니 바라보던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나중에는 박수를 쳐줬다. 

짜장면 먹으며 쇼도 봐서 그런지 아주 신났다.

식당 사장님이 탕수육을 서비스로 주셨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내가 유학을 오기 전에 먼저 유학을 온 사촌 형 두 명이 있다.

두 형 모두 미국 현지인, 교포를 만나 결혼했다.

큰 형은 약혼반지 살 돈이 없었고.. 형수는 제 손에 낄 반지를 손수 구입해야 했다.

작은 형은 크레디트 카드로 약혼반지를 사서 형수의 손에 끼워줬다.

결혼 후에 크레디트 카드 빚은 부부가 같이 갚아 나갔다. 

나는 이 이야기를 형수들에게서 들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최소한 반지는 사주자!!!!




그리고 7개월 후,

뉴욕의 가정 법원에서 혼인 신고를 했다. 혼인 신고 때 증인을 서준 사람은 아줌마 아니 장모였다.

혼인 신고 날은 2002년 6월 18일. 

그렇다.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물리 친 날. 경이로웠던 날.

뉴욕 시간으로 이른 아침부터 응원한 보람이 있었다.

결혼기념일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집은 결혼기념일 건배를 할 때마다 대! 한! 민! 국! 짝짝짝 짝짝.. 도 외친다.

바나나도 그 정도 한국말은 한다.


2005년 4월.. 바나나가 나와 똑 닮은 바나나를 낳았다.


우왕좌왕.. 뉴욕 생활 부적응자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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