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고문

고부 갈등?

by Henry Hong

아내가 아기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한 첫날


행여 아기가 조금이라도 흔들렸을까 봐 운전을 하면서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고,

아직 몸이 불편한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나갈 때 두 식구였던 가족이 세 식구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안을 가득 채운 냄새가 세 식구를 맞이했다..

좋지 않은 느낌으로 부엌에 가보니

미역밖에 없는 미역국, 한 솥이 스토브 위에서 끓고 있었다.


아들, 손자, 며느리를 보시겠다고 태평양을 건너오신 엄마.

산모는 무조건 미역국을 먹어야 된다며.. 그래야 젖도 잘 나온다는 엄마의 말씀

그리고 시작된 미역국 고문!

미역과 물만 들어 간 국.

삼시세끼 미역국..


엄마의 뜻대로 젖이라도 쭉쭉 나왔다면..

고문하는 사람이나, 고문받는 사람이나 행복했겠지만,

젖은 나오지 않았다..


미역국.jpg



인내심을 발휘하며 매 끼 미역국을 먹던 아내를 대신 해 내가 한마디 해볼까!


"미역국만 매일 먹으니 젖이 안 나오지!"

하지만, 내 입안에서만 머물렀던 공허한 소리였다.


엄마의 논리는

아내의 친구가 병원으로 아기를 보러 왔던 걸 탓한다.

애가 백일도 되기 전에 강 건너온 사람이 아기를 봐서 젖이 말랐단다.

이건 무슨 논리??

그럼 맨해튼은 섬인데 그 동네 산모들 전부 젖이 말랐겠네..



또 다른 이유는.. 이건 조금 타당한 면이 있는 거 같기도 했다.

나이가 5일인 아기가 게으르단다.

간호사들이 임시로 물렸던.. 쪽쪽 빨리는 젖병 맛을 이미 봐서..

힘들여 빨아야 하는 젖은 제대로 안 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게으른 게 제 아빠를 닮았단다.



애 낳기 바로 전까지 아메리칸 스타일로 먹던 아내가

삼시세끼 미역국을 먹으며 힘쓰겠냐고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또다시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마마보이(?)

산 넘고 바다 건너 손자 보러 오신 분이라.... 리스펙! Respect!



무심코 방문을 열었다가

산모용 거들을 입고 아이에게 젖을 물린 아내와 마주쳤다.

생소했다.

뭐.. 섹시한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누가 그래?.. 수유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솔직히 동물의 왕국이 떠 올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잔뜩 인상 쓴 아내가 쳐다보지 말란다.

당신 본 거 아닌데..

살아보겠다는 듯, 젖 빠는 아기 봤거든..



부족한 모유를 대신 해 S사 제품을 아기에게 먹였다.

이 제품 저 제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성분도 괜찮은 거 같고

아기도 잘 먹어 선택하게 된 제품이었다.

어떤 맛일지? 호기심이 일어 조금 맛을 봤다.

전혀 상상이 안됐던 맛이었다.

아기는 뭐.. 이따위 맛을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아기 아빠 선배인 친구를 만났다.

아빠들이니 자연스럽게 아기들 이야기를 한다.


"내 아이가 S 제품을 먹길래 맛을 봤는데 신기한 맛이더라고.."


그 친구 바로 하는 말이..

"우리 애도 그거 먹였었는데 그게 모유 맛 하고 기가 막히게 똑같아!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 맛을 내는지 신기하다니까.."


묻지도 않은 대답에 잠시 당황..


"어떻게 알아?"


"내가 둘 다 먹어봤지.. 진짜 맛이 똑같아"


아.. 짜증 나는 상상을 해버렸네..

이 인간아 아주 모유 맛 별점을 매기지 그랬냐!!


엄마의 미역국 고문은 2주 만에 끝났습니다.

원래 한 달은 먹어야 된다는 말씀을 길게 하셨던 엄마

그 옆에서 전동 유축기의 설명서를 읽고 있던 나..

아빠 되는 일 절대 쉬운 일 아닙니다.


미역국클.jpg


아내는 아직도 미역국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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