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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Aug 17. 2021

두부김치와 샌드위치

음식의 이해

여자 친구였던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였다.

어쩌다 가는 한국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여자 친구는 항상 두부김치를 시켰다.


미각이 극도로 쇠퇴해 아무거나 잘 먹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가

두부김치다.

두부김치가 밥반찬?

하고 많은 먹거리 중에 왜 두부 김치?

두부김치는 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술집의 가장 싼 안주 중 하나였다.

주머니 사정이 좋았을 리 없으니

몇 명이 가 건 두부김치 하나 시켜놓고,

옆에 늘어만 가는 소주병을 세던 시절.



소주병이 늘어가는 날이면 항상 따르는 에피소드.

누군가가 언제나..  바로 옆에서 혹은 가까스로 뛰쳐나가서 건..

제가 먹은 걸 확인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술집 사장님 놀라지도 않는다.

알아서 비틀거리며 일어 나 청소 도구를 가져오는 친구들.



친구의 등을 두드리며

우정을 이야기하며..

맡았던 두부김치의 향..

나는 두부김치에 트라우마가 있다.

술만 마시면 먹은 걸 눈으로 확인해야 했던 현기.. 다 네놈 탓이다!



데이트를 하다 한국식당을 가게 되면 메뉴에 두부김치가 없기를 

바라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자란 여자 친구가 두부김치 좋아하는 걸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고,

내가 싫어하는 이유를 이해시키기도 힘들었다.

고작 한다는 소리가 집에 먹거리 없을 때 가장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정도의 이야기만 할 수 있었다.

물론 나의 개인적 의견이긴 하지만....



아무튼 내 의견은 아랑 곳 않고 한국식당만 가면 메뉴판에서 두부김치를 찾던 여자 친구.

기왕 시켰으니 억지로 먹는 나.



두부김치를 화두에 두고 여자 친구의 식욕과 나의 트라우마가 갈등을 겪던 중,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그날도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샌드위치나 먹자고 했다.


돈을 주고 왜 샌드위치를 사 먹냐는 그녀의 대답이 돌아왔다.

"샌드위치야 집에 있는 빵에 아무거나 넣고 먹으면 되잖아!"


아니 그거 두부김치 얘기 아니야?

집에 있는 김치 대충 볶다가 두부만 옆에 썰어 놓으면 되잖아?!



나는 두부김치의 지위를 샌드위치에 빗대어 설명했다.




서로의 머릿속,

두부김치와 샌드위치는 이렇게 달랐다.


여자 친구에게는 두부김치가 별미였 듯,

나에게는 샌드위치가 별미였다.

각자가 생각하는 별미가 틀렸을 뿐이었다.

먹는 음식.. 이해가 필요합니다. ^^


이제는 여자 친구와 결혼을 했고,

사온 김치를 이용하지만, 두부김치 정도는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다.


아이고.. 김치 볶다가 사방으로 국물 튀었다고 또 혼났습니다!

그건 그렇고 두부김치 트라우마는 아주 조금 해소되었습니다.

현기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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