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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Oct 01. 2021

알코올 중독 남편

모임 쫓아가기

아내 친구들과의 모임

아내 회사 사람들과의 모임


아내를 따라나서는 모든 모임에 나는 과묵한 남자가 된다.

한국 사람들 모임만 가면 내일은 없다! 를 외치며,

분위기 메이커를 마다하지 않는 내가 아내의 모임만 따라가면

늙은 개 마냥 무기력 해진다.


나는 28년 차 영어 울렁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울렁증이라는 게 신기하게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영어 구사자에게는 안 나타나고,

네이티브 영어권 앞에서만 나타난다.


아내의 친구는 인도계, 아일랜드계, 이탈리안계, 필리핀계, 중국계

참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한국 친구들이 없다.

어릴 때는 한국 사람 없는 동네에서 성장했고

성인이 돼서는 미국 회사를 다녀 서 그렇단다.

여러분! 기적을 믿으십시오!

이 여자 저를 만났습니다.


도대체 나와 결혼은 어떻게 한 건지?

정말 미스터리입니다.


나도 처음에는 모임에 쫓아가 그들과 어울려보려고 노력했다.

잔뜩 착한 얼굴을 해가며 그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한국에서의 내 이야기도 성의껏 해봤다.

하지만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테니스 경기의 랠리처럼 

먼저 서비스(주제)를 치고 상대편에게 볼을 되 넘기고(단순 대답)

상대방이 다시 치고, 나는 맞받아치고..

누구의 실수이건 대화의 랠리가 계속되는 경우는 없다.

어딘가에서 삑싸리가 난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

모임이 재미있을 리 없다.


회사 모임에 갔다가 어느 코리아에서 왔냐는 질문을 받고 발끈해서는 한국의 현대사를 길게 

이야기한다.

나는 흑인에게 조상 중에 노예였던 사람이 있었냐는 질문을 한 후에는

이야기가 콜럼버스 까지 거슬러 올라가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정치 이야기를 안 한 게 다행이다.


미국식 대화라는 게 큰 기대 안 하고 가볍게 던진 질문에

나는 무슨 사명감이라도 갖은 듯, 설명을 하려 했다.

설명충이 절대 아니고요.

참기 힘든 그들의 무지 때문입니다.



설명을 길게 자세하게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다 보니,

점차 간단하게 이야기를 끝마치고는

그들의 이야기에 끼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사람 좋은 표정까지 지어야 한다.

그러니 여러 사람 속에서 멍하니 딴생각을 하게 되고

심심하니 술만 마시게 되고..

아내 회사의 연말 파티 같은 곳이라도 가게 되면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바텐더가 된다.




어느 날, 아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알코올 중독자로 아는 것 같다."

친한 동료가 다급한 일이나 어려운 일 있으면 말하라고 까지 했단다.


아니.. 심심해서 술 좀 마셨더니 알코올 중독에 가정 폭력까지 의심한다.


이제는 모임에 나가 술 안 마시냐고요?

그래서 아내와의 모임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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