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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Oct 05. 2021

한 번쯤 용기를 냈던 사람들

집 나가면 생고생

이민자, 해외 생활자

고국을 떠나 가족과 친구를 떠나,

새 출발을 시작한 사람들

해외 생활은 매일매일 도전이 될 거라는 걸 알았을까?



올해 많은 지인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 못한 사람들이었지만

돌아간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아쉬움을 달랠 수 없었다.


그들과 버텨보자며 술잔을 기울이던 기억만 자국처럼 남았다.

헤어질 줄 알았으면 좀 더 얼굴을 보는 건데..


그랬으면 이별이 더 힘들었을까?

자애가 커 이기적인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자주 얼굴 안 본 게 다행인 거 같다. 


버티고 버티다가 돌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유학생들도 많은 듯..

유학 생활 청산.

한국에 있는 룸메이트 물품 대신 올립니다.

영구 귀국, 저렴하게 올립니다.

이번 달 말까지 다 팔아야 합니다. 같은 글이 중고마켓에 많이 보인다.

학업마저 포기하고 떠나야 하는 학생들.


중고마켓에 미술도구 여러 가지를 10불에 판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다.

이젤에 물감, 스케치북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약속을 정하고 판매자를 만났다.

앳되어 보이는 여학생이었다.


"아들이 쓸려고요.. " 묻지도 않은 말을 어색하게 했다.

"아.. 그러세요? 잠시만요.. "학생은 집으로 되돌아가더니

문구용품과 몇 권의 책을 가져왔다.

"저는 이제 필요 없어서요.. 원하시면 드릴게요."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나 봐요?"

"네, 버티다 포기했어요."

학생은 내가 내미는 20불을 한사코 마다하며 10불만 달라고 했다.


체념한듯한 어린 얼굴이 낯설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어차피 있는 집들 자식이야 별일 없을 테고,

지금 떠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생활비 벌겠다며 이일 저 일로

이곳저곳에서 알바를 하던 학생들이었을 거다.


유학생활이 길어질수록 한국에서 건 미국에서 건

죽도 밥도 안 될까 봐 걱정만 커진 젊은이들

예전, 같은 고민을 해봐서 일까?

마음만 더 쓰려온다.




한편으로는 죽이 건 밥이 건 해 보겠다고 한국으로 돌아 간 지인들.

그중에는 미국에서 교수를 하던 친구도 있었다.

뉴욕 생활 25년을 청산하고 돌아갔다.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 보이던 얼굴.

그 친구는 겁먹고 있었다.


고국을 떠나며 모든 걸 새로 시작해보겠다며 다짐하고,

언어부터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

그들은 인생 살며..

한 번쯤 용기를 냈던 사람들이었다.


포기할 수 없어..

또다시 용기 내 보자고 파이팅을 외친다.


아무 생각 없이 버텼던 젊은 시절이 지나고,

생각 많은 머리로 버티고 있습니다.

집만 나가도 개고생이라는데..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에 있으니 어떻겠습니까?

등 떠밀려 온 게 아니라 참고 있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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