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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단법인 넥슨재단 Jul 07. 2021

놀이가 소명이 되기까지

게르우데를 만드는 사람들 우레, 남카, 쿠샤를 만나다.

넥슨재단과 게르허브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게르우데' 프로그램은 2018년부터 4년 째 진행되고 있다. 



넥슨재단은 몽골에 가서 직접 '게르우데' 프로그램에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화상으로나마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펠로우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앞서 게르우데 2기 펠로우 노민에르든, 엥크진에게서 '놀며 스탠포드에 합격한 이야기'를 들었고, 4기 펠로우 투브신토그스는 게르촌에서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게르우데'와 2년째 협력하고 있는 '북브릿지(Bookbridge)'의 학생 봉사대원 푸제, 보로, 거나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넥슨 재단과 함께 '게르우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게르우데 펠로우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하며 브릭을 쌓고 부수기를 반복해온 우레, 남카, 쿠샤를 만났다. 우레, 남카, 쿠샤는 게르우데라는 무대 위의 주인공인 펠로우들이 창의적인 혁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장막 뒤의 어른들이다. 그들이 어떻게 게르우데와 합류하게 되었는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리는 게르우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앞서 만난 펠로우들과 학생들의 열정만큼이나 '게르우데'를 운영하고 있는 어른들의 열정도 만만치가 않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게르우데' 친구들과 다시 만나 직접 얼굴 보며 인사를 나누고 함께 즐겁게 놀며 영감을 주고 받을 날을 기대해본다.


왼쪽부터 우레, 남카, 쿠샤



박선민 : 넥슨재단 팀장

우레 (Uurtsaikh Sangi) : 프로그램 총괄 디렉터

남카 (Namuundari Dashdorj) : 게르우데 운영 담당자

쿠샤 (Enkhjin Batnasan) : 브릭 놀이 전문가


각자 소개 부탁드려요!


우레: 저는 우레라고 하고, 게르허브에서 교육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지만, 아마 가장 철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하하). 


남카: 안녕하세요, 남카입니다. 게르우데 프로그램 운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팀에 합류한지 이제 3개월 되었고, 그 전엔 광고기획자로 일했어요. 팀에서는 '이상함(Weird)'을 담당하고 있죠! 


쿠샤: 쿠샤라고 합니다. 브릭과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고요(이때 우레와 남카는 '쿠샤가 우리 중에 제일 이상하다'고 입을 모았다). 게르우데 프로그램에 브릭 놀이를 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게르우데와 어떻게 연을 맺게 되었나요?


남카: 1년 전만 해도 제가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 광고대행사의 디지털 광고기획자였거든요. 광고를 기획하는 일 자체는 재미있었어요.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연차가 쌓일수록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내가 만드는 광고들이 단순히 광고주를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얼마나 임팩트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던 중에 게르우데 프로그램 운영자 채용 공고를 보았어요. ‘이거다!’ 하고 지원했죠.

다행히 제가 그동안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습득한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을 게르우데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광고기획자가 클라이언트를 위한 창의적인 마케팅 솔루션을 고민한다면, 게르우데 펠로우들은 게르촌 지역사회를 위한 창의적인 문제해결 솔루션을 고민하죠. 근본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고 느껴요.  


쿠샤: 예전부터 어린이를 위한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핀테크 회사의 UX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어요. 딸이 태어난 이후에는 제가 원래 가지고 놀던 브릭으로 다양한 놀이를 함께 했고요. 게르우데와는 운좋게 연을 맺게 되었어요. 원래 게르허브의 다른 프로젝트 팀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하길래 거기에 지원했거든요. 면접 때 제가 브릭을 좋아하는 걸 알고 우레 선배가 그 자리에서 브릭으로 미니 세션을 해보라고 요청했고, 결국 게르우데의 브릭 놀이 콘텐츠 전문가 포지션을 제안받았어요. 디자이너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서 OK했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잘한 결정 같아요!


우레: 제 경력을 얘기하면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지도 몰라요(하하). 전 오랫동안 정부에서 인프라 개발과 관련된 일을 했어요. 입법을 위한 문서 작성이 저의 주 업무였죠. 상상이 가나요? 그 외에 다양한 국제개발 프로젝트를 했는데, 게르허브에 합류하기 전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기관은 유니세프(UNICEF)예요. 유니세프에서 일하면서 몽골 어린이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고, 게르허브 팀도 거기에 있을 때 처음 만났어요. 이후 이직 제안을 받게 되었고, 어린이를 위협하는 몽골의 여러 문제들을 '교육'으로 풀어볼 수 있다고 판단해서 3년 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브릭 워크샵 진행 중인 쿠샤


게르우데 프로그램은 <놀이를 통한 학습(Play-based learning)> 모델에 기반하고 있어요.  놀이와 게르촌 지역의 문제 해결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우레: 게르우데 구성원들은 첫 번째,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과, 두 번째, '학습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놀이'와 '지역사회 문제 해결'간의 융합은 전혀 이질적인 게 아니죠.  

게르우데 펠로우들은 어떠한 문제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마치 놀이처럼 접근합니다. '잘 했다' '못 했다'로 평가받지 않는 환경, 실패해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또한 게르우데에서는 펠로우들에게 브릭과 같은 도구들을 비롯해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아이데이션(Ideation) 방법론을 함께 제공해줍니다. 그 외의 간섭은 최소화하죠. 펠로우들은 이러한 자원들을 토대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로 설계도 해봅니다. 

그리고 저희 경험상, 재미있으면 집중하기가 쉬워요. 일례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저는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하루는 펠로우들과 함께 브릭으로 구조물을 만들다가 문득 배가 고파 시계를 봤더니, 오후 4시였어요. 저희도 모르는 사이 점심을 거른 거죠. 놀이의 힘을 새삼 느낀 날이었답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보람을 느낄 때는


우레: 펠로우들의 크고 작은 변화를 목격할 때가 가장 뿌듯해요. 대표적으로 2019년 1기 펠로우 졸업식이 생각나네요. 아이들이 제게 카드를 써줬는데, 행사 중에 읽으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아(하하) 끝나고 나서야 읽어보았어요. 야로산이라는 펠로우의 카드였는데, '게르우데 프로그램에 들어오기 전과 후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문구가 기억에 남아요. 

그 외에도 많아요. 저희 브릭과 워크북을 가지고 여름, 겨울 방학 때마다 고향 마을로 내려가서 어린이들과 놀이 세션을 운영하는 펠로우도 있고, 게르우데에 참여했던 게 계기가 되어 펠로우들끼리 또 다른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하고요.


쿠샤: 몽골의 공교육은 아이들에게 '정답'을 요구해요. 실제 인생은 정답이 있기 어려운데 말이죠. 그런 교육에 노출되어 있던 아이들이 게르허브에 처음 들어와서 브릭 놀이를 하면, 틀릴 것을 걱정해요.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할 때는 조급함을 보이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이야기해주죠. 여기선 틀린 것도 없고, 문제는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풀어나다면 된다고. 그러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는 걸 볼 때 제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기 펠로우들과 함께한 우레


앞으로 넥슨재단과 함께 만들어갈 '게르우데' 모습은?  


우레: 우리 어른들이 완전히 빠지더라도 펠로우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키워가는 게르우데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펠로우들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믿어요. 실제로 그들은 저보다 대중문화, 기술, 놀이, 게임에 이해가 높고, 게르우데 프로그램에 그런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융합할 수 있다면 어린 세대에게 더욱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될 거에요.  


남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디지털 공간에서 'Creativity(창의력) 하면? 게르우데!'로 인식하고 모여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요. 디지털 세계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몽골을 넘어 세계로 확장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제 전문 분야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쿠샤: 우리 주변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브릭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 싶어요. 가령 펠로우들과 함께 몽골의 친환경 에너지 발전소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몽골 인구가 도시로 급격하게 모여들면서 전기 사용량이 늘어, 에너지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싶어요. 게다가 석탄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대기오염도 심하고요. 브릭을 이용해서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에너지 발전 장치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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