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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단법인 넥슨재단 Jun 30. 2021

즐거움은 전염된다 : 몽골 오지로 간 브릭 놀이

'북브릿지'봉사대원 푸제, 보로, 거나의 이야기

넥슨재단과 게르허브가 함께 기획·운영하는 '게르우데' 프로그램은 몽골 내 다양한 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몽골 구석구석까지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게르우데와 2년째 협력하고 있는 '북브릿지(Bookbridge)'의 학생 봉사대원들과 함께 진행했다. 그들은 게르우데와 함께 진행한 '브릭 워크숍'에 참여하며 경험하고 느낀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이번 인터뷰도 넥슨재단의 질문지를 토대로, 게르허브에서 몽골어로 진행했다.


게르우데 X 북브릿지 교환 워크숍


'북브릿지'는 어린이∙청소년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 NGO로, 스위스 바젤에 본부가 있으며 몽골, 캄보디아 등에 여러 지부를 두고 있다. 몽골 내에 있는 여러 '북브릿지' 지부 중 우리가 인터뷰한 세 명의 친구들이 속한 지부는 고비 사막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 '아르바이헤르(Arvaikheer)'에 있다. 그곳은 '게르우데'가 있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서쪽으로 약 440km 떨어진 곳으로, 인구가 2만 2천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도시이다.


게르우데 X 북브릿지 교환 워크숍 참가자들


전 세계에 브릭을 통한 놀이,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플레이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하며,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브릭 놀이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신나고 행복한 지, 그들의 상상 속엔 무엇이 있는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우리는 알고 싶다. 또한 그들이 놀이와 학습에 브릭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브릭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사는 노민 에르든 과 엥크진, 투브신토그스의 이야기에 이어 작은 도시 '아르바이헤르'에 사는 푸제, 보로, 거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다시 재미와 즐거움의 힘을 믿게 되었다. 울란바토르에서 시작한 즐거움이 440km를 달려 아르바이헤르까지 이어졌다. 과연 즐거움은 전염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로, 거나, 푸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북브릿지 아르바이헤르 지부에서 학생 봉사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푸제(16), 보로(16), 거나(17)라고 합니다.


아르바이헤르는 어떤 곳인가요?

보로: 아르바이헤르는 인구가 2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예요.

거나: 너무 작아서 길에서 마주치면 서로 누군지 다 알죠. (하하) 마을을 벗어나면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요.  그만큼 마음이 넓은 사람들이 살고 있답니다.

푸제: 단점은… 울란 바토르 같은 대도시와 달리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외 활동이 별로 없어요.  그리고 여기도 환경오염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요.


게르우데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보로: 작년 초에 북브릿지와 게르우데가 교환 프로그램(exchange program)을 운영했었어요.  그 일환으로 게르우데 펠로우들이 아르바이헤르를 방문해서 브릭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저도 그때 참여했어요. 브릭을 가지고 노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져버렸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 게르우데에서 하는 온라인 워크숍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어요.

거나∙푸제: 저희 학교 선생님이 게르우데를 추천하셨어요.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요. 선생님 말씀대로, 창의성을 비롯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선생님 말씀을 듣길 잘한 것 같아요!


어린이 대상 온라인 창의성 워크샵 진행 장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보로: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못 나가게 되었을 때였어요. 게르우데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어린이 대상 온라인 창의성 개발 워크숍을 해보자고, 저와 친구들이 뜻을 모았어요. 줌(Zoom: 화상 대화 플랫폼)을 통해 아르바이헤르 지역을 비롯해서 고비-알타이(몽골 서부), 켄티(몽골 동부), 둔고비(몽골 남부) 지역 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워크숍을 개최했어요. 저희 커리큘럼에 따라, 재미있게 놀면서 창의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획했죠. 총 60여 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어요. 저 혼자라면 못 했을 것 같아요.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니 덜 떨리고, 재미도 있었어요.

푸제: 작년 말에 교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울란바토르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더 많은 게르우데 펠로우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저희는 엄청난 환대를 받았고, 게르우데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거나: 저는 울란바토르에 있는 게르우데 선배 펠로우들이 시작한 '작은 지렁이(Little Worm)' 프로젝트를 아르바이헤르 지역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지렁이를 그동안 많이 봤지만, 지렁이가 쓰레기를 분해할 수 있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어요. 울란바토르에서 보낸 박스 안에 잔뜩 들어있는 지렁이들을 봤을 때, 제가 제대로 돌보지 못할까 봐 무척 걱정되었어요. 어떤 먹이를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지렁이를 비롯한 곤충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계속 키우고 있고요, 매번 다른 종류의 음식물 쓰레기를 조금씩 줘가면서 뭘 좋아하는지 실험 중이에요. 지렁이들이 음식물 분해를 다 마치면, 지역에서 채소를 키우는 분들께 비료로 조금씩 나눠드리고 있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요즈음 저는 어린이들에게 환경 보전의 중요성과 지렁이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브릭을 이용해서 음식물 분해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은 지렁이 프로젝트 활동 사진

그나저나, 여러분이 만든 '브릭으로 배우는 영어(English Lessons with Bricks)' 영상 시리즈를 보고 놀랐어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보로: 북브릿지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여러 봉사팀들이 있어요. 저도 봉사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하루는 다른 팀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브릭으로 영어를 가르치면 학생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여기는 학교 말고는 교육 기회가 너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하나, 둘씩 제작한 영상들이 벌써 9개가 되었네요. 친구들 반응이 좋아서, 콘텐츠를 더 확장하려고 해요. '스무디 만드는 방법'. '장보는 방법'을 브릭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서 영어로 설명하는 영상도 기획하고 있답니다.


브릭으로 배우는 영어


게르우데 참여 전과 후,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거나: 재미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공부라면 무조건 진지하게 각 잡고 앉아서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게르우데에서는 온종일 브릭을 가지고 실컷 놀면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넥슨재단과 게르허브 팀에 감사해요!

푸제: 한 번은 워크숍에서 '완벽한 게르(Ger)를 디자인해보라'는 과제를 주었어요. 전 엄청 긴장했어요. 완벽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그런데 워크숍 진행자가 그러더라고요. 완벽의 기준은 각자 다르고, 그만큼 다양한 게르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요. "결코 틀린 답은 없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이 잊히지 않아요. 그래서 그날 저는 기존 게르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떠올렸고, 그걸 개선하기 위한 디자인을 제안했죠.  게르우데를 통해 많은 걸 얻었지만, 특별히 하나를 꼽는다면 자신감인 것 같아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로, 거나, 푸제


놀이란 무엇일까요?

푸제: 힘을 빼고 그냥 즐기는 거요!

보로: 제가 재미를 느끼는 모든 것이 제게는 놀이 같아요.

거나: 저에게 놀이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예요. 사랑하는 일을 하면 다른 심각한 문제들은 잊고 그 순간을 즐기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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