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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단법인 넥슨재단 Dec 23. 2022

휠체어 타고 떠난
넥슨커뮤니케이션즈 제주도 워크숍

2011년 설립된 넥슨커뮤니케이션즈는 넥슨 코리아의 자회사로 넥슨 게임의 웹서비스 모니터링 및 고객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게임업계 최초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76명의 직원 중 47%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 중증 장애인 비율은 58%에 달한다.


넥슨커뮤니케이션즈가 제주도로 2박 3일 전사 워크숍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365일 24시간 누군가는 일하고 있는 회사, 남들이 쉴 때 가장 바쁜 회사, 무엇보다 장애인 비율이 47%에 달하는 넥슨커뮤니케이션즈의 제주도 워크숍! 워크숍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워크숍 TF를 만나 준비 과정부터 워크숍 에피소드까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워크숍 TF의 류이세 님과 박승후 님은 휠체어 접근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도의 관광지, 숙소, 식당과 카페를 한 곳 한 곳 로드뷰로 미리 살펴본 이야기부터 비행기, 렌터카, 배를 타고 이동할 때 고려했던 점,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이 모두 만족하는 워크숍을 만들기 위한 고민, 그리고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어벤져스가 된 비결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주었다.


왜 워크숍 장소로 제주도를 골랐냐는 나의 우문에는 "아름다우니까요"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고백하자면, 그때 정신에 들었다. 준비한 모든 질문에 '장애인'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질문마다 내심 기대하던 답도 있었다. 하지만 넥슨커뮤니케이션즈 워크숍 TF의 답에는 편견이 없었고 자유로웠다. 대답은 조금씩 기대를 벗어났고, 그래서 나는 이 인터뷰가 정말 재미있었다.






먼저 워크숍 TF 구성원을 소개해주세요.

조직별로 인원을 선별했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모두 포함해서 구성했습니다. 한 달 반 정도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준비했어요. 가는 곳이 제주도다 보니 답사가 어려워서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해야 했고요, 현장에서 생길 변수도 고려해서 정보를 많이 찾아봤어요. 특히 비장애인과 장애인 다 같이 즐기고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이전에도 워크숍을 다녀온 적이 있나요

네, 조직별로 2년에 한 번 정도는 갔어요. 하지만 전사 워크숍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에요.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진행이 어려웠죠. 실은 작년에 넥슨커뮤니케이션즈 창립 10주년 워크숍을 계획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연기했고요. 한해 미뤄서 이번에 다녀왔습니다.


워크숍을 떠난 인원은 총 몇 명인가요?

37명, 38명 각각 두 조로 나누어 워크숍을 다녀왔고요. 장애인 비중은 45% 정도 됩니다. 장애인들 중에도 경증과 중증이 있고요.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워크숍에 참여하신 분들은 많지는 않아요. 조마다 한 6명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휠체어를 타지는 않지만 거동이 불편해서 도움이 필요한 분도 몇 분 계셨고요.


두 조로 나눈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주로 게임 모니터링 업무를 하고 있어요. 365일 24시간 유저들은 깨어있죠. 그래서 누군가는 항상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넥슨커뮤니케이션즈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워크숍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고려한 점이 있다면요

딱 한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휠체어 접근성.


숙소를 선정할 때도 턱이 있는지, 화장실은 휠체어가 들어가기 편한지,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야 했어요. 이번에 저희가 묵은 호텔도 입구에 계단이 조금 있어요. 사전에 호텔 측에 문의를 해서 "죄송하지만, 계단이 몇 개인지 높이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냐."라고 부탁을 드렸고요. 호텔에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어요. 별채에 그나마 계단이 적어서 휠체어 타시는 분들 방을 별채로 배치하는 등 접근성을 가장 고려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숙소에 계단이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워서요. 모든 것을 두루 고려해서 숙소를 정했고, 불가피하게 계단이 있는 경우에 대비해 저희가 이동식 경사로를 준비해서 가져갔습니다.


딱 한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휠체어 접근성.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숙소가 여전히 많지 않나 보네요

의무적으로 장애인 객실을 만들어야 하는 법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30실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일반숙박시설은 전체 객실의 1% 이상을, 관광숙박시설은 객실 수와 상관없이 3% 이상을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객실로 꾸리고,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객실을 1개 이상 갖추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저희 회사는 무조건 하나 이상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장애인 객실 외에 어느 정도 편의성이 보장되어있는 일반 객실이 있는 곳으로 찾아봤고요. 일반 객실이 휠체어를 이용해서 묵을만한 지 검토를 해야 했어요.


휠체어가 접근하기 좋은 숙소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걸 고려해야 할까요?

화장실 문턱을 생각해보시면 제일 이해하기 쉬우실 것 같아요. 장애인 객실은 화장실 문턱이 없어서 쉽게 휠체어를 사용해서 접근할 수 있는데, 일반 객실은 보통 문턱이 있어요. 그러면 도움을 받아야 하죠. 문턱이 없는 장애인 객실이 보통 대부분 리조트에 한 곳 정도 밖에 구비가 안되어있어요.


화장실 문턱 생각하니까 바로 와닿아요.

화장실 내부 시설도 그래요. 보통 많은 화장실이 세면대 아래 부분이 막혀있어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아래에 공간이 좀 있으면 사용하기 좋고요. 세면대나 샤워기가 조금 낮게 달려있으면 훨씬 이용이 편하죠.



제주도 내에서 이동은 어떻게 하셨어요?

휠체어의 경우 관광버스 탑승이 어려워서요. 5-6명으로 조를 짜서 여러 개 렌터카로 나누어 이동했어요. 휠체어 채로 탈 수 있는 슬로프가 있는 렌터카를 찾아봤는데,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어렵게 한 대 씩 섭외했고요. 전동 휠체어 타시는 분들은 무조건 그 렌터카를 이용하고, 나머지 분들은 도움을 받아서 일반 렌터카로 이동을 했습니다.


조를 구성할 때도 여러 가지로 궁리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저희가 여행 코스를 두 가지로 짰어요. 각자 원하는 취향의 코스를 고르게 했고요. 그런 다음에 어느 정도 힘을 쓸 수 있는 비장애인 직원과 운전이 가능한 직원을 필수로 포함시켰죠. 비장애인 직원과 장애인 직원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형태의 워크숍을 좀 만들고 싶었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장애인 직원과 함께 워크숍을 가면 아무래도 할 수 있는 활동이 조금 제한적이잖아요. 비장애인 직원이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어느 정도 희생하고 감수해야 되는 부분들이 생겨요. 그런 것에 대해서 당연히 모든 비장애인 직원들이 흔쾌히 오케이를 해 주시고 같이 다니시지만 저희는 그런 부분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두 가지 코스를 준비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요. 버기카, 승마 등 체험을 하는 동적인 코스와 아쿠아플래닛과 우도 등을 둘러보는 정적인 힐링 코스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눴고요. 다행히 원하시는 것들을 두루두루 들어드릴 수 있었어요.


우도행 배에 렌터카는 못 타는 걸로 알고 있어요.

차에 탑승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있으면 렌터카를 반입할 수가 있어요. 우도 내에 휠체어 접근성이 좋은 카페도 몇 군데 있었어요.


비행기 탑승은 어떠셨어요?

비행기는 생각보다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비행기 문 바로 앞까지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고요. 이후엔 항공사 직원분들이 잘 도와주셨어요. 다만 전동 휠체어의 경우 리튬배터리 용량에 따라서 비행기에 탈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이 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미리 확인이 필요해요.


제주도 내에서 식당이나 카페 이용하실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방문할 모든 곳들의 접근성을 미리 따져봤어요. 체험 장소나 식당, 카페 등을 고르는데도 시간이 몇 배로 걸리죠. 식당 하나하나 지도 로드뷰로 보면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 미리 파악했고요, 가게에 전화해서 휠체어 입장 가능한지 물어보기도 했고요.

저희가 가기 전에 찾아봤던 거랑 실제로 갔을 때 접근성이 좀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어요. 원래는 턱이 있었는데 턱을 없애고 경사로를 만들었다든가 그렇게 바뀐 경우도 많았어요. 최근에 워낙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유아차 접근성을 고려한 건지 아니면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식이 개선되다 보니까 조금씩 그런 경사로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개선이 되고 있다는 말이 되게 반갑네요.

신축 건물일수록 좀 더 잘 되어 있었고요. 넓은 카페나 식당도 많이 생겨서 이용하기 좋았어요. 최근에 저희 직원분 친구 중 휠체어를 타시는 분이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해서 저희가 취합한 제주 여행 안내서를 공유해 드렸어요. 어렵게 만든 자료가 쓰임이 생기니 뿌듯하더라고요.


제주에서 방문하신 곳 중에 장애인 접근성이 가장 좋았던 곳이 있었나요.

아쿠아플래닛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쿠아플래닛 내 모든 곳을 엄청 낮은 경사로를 통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어요. 엘리베이터도 굳이 안 타도 되었죠. 유아차 이용객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덕분에 정말 마음 편하게 온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재밌었던 워크숍 에피소드 들려주세요.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조금 하찮은 에피소드인데요, 뭘 먹을지 고민을 하다가 누군가 제주도에 가면 말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났어요. 현지 음식을 먹어봐야죠! 조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찾아갔는데 거기서 미식가 실장님이 계시는 조를 만났어요. 맛집이었던 거죠! 처음 먹어본 말고기가 꽤 맛있었어요. (류이세 님)


흑돼지도 드셨어요? 제가 아는 흑돼지 구이 식당들은 휠체어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서 먹었어요. 정문에는 턱이 제법 있어서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웠지만 후문에는 턱이 한 칸 정도만 있어서 저희가 휠체어를 앞뒤로 들어서 옮겨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죠. 여기 역시 사전에 로드뷰로 살피고, 미리 전화 문의를 해서 알아둔 곳이에요.


제주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나요.

저희 모두 넥슨컴퓨터박물관에 갔었어요. 박물관 3층에 가면 넥슨 아이디를 입력하면 게임을 플레이한 이력을 영수증으로 뽑아주는 기계가 있어요. 제가 거기에서 올해 1등 했어요! 제 영수증 길이가 130cm였거든요. 작년에 1등 하신 분이 130cm였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가기 전부터 기대를 좀 하고 가긴 했어요. (박승후 님)

비결에 대해 조금 추가 설명을 드리면 저희 업무가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을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일이다 보니, 게임마다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모든 게임을 한 번씩은 해본다고 보시면 되어요. 업무 특성 때문에 직원 대부분 영수증 길이가 길어요. 말하자면 어벤져스 출동인 거죠. (웃음)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주는 상품 꽤 많이 털어왔어요. 텀블러 아직도 잘 쓰고 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되지 않았다고 확인해 주었다.)


워크숍 다녀온 후 회사 분위기가 좀 달라졌나요?

그렇게 크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회사에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저희가 같은 회사를 다닌다고 해도 모든 분들을 알 수는 없잖아요. 평소에는 지나치면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지나갔을 텐데,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해서 이제는 만나면 "안녕하세요. 오늘 식사하셨어요." 이런 식으로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것 그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소속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 게 제일 좋아요. 같은 추억을 쌓았다는 사실, 그 힘이 정말 크죠. 저희가 조마다 단체 사진 찍으라는 미션을 드렸거든요. 그 사진들을 모두 받아가지고 탁상 달력을 만들었어요. 책상 위에 두고 매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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