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힐 부모 대표 박영미 님 인터뷰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게임 회사 최초로 장애인 연주단 '앙상블 힐(Ensemble Heal)'을 창단했다. 이를 기념하며 지난 6월 28일 넥슨 판교 사옥 1994홀에서 창단식이 진행되었다. 창단식에서 앙상블 힐은 '던전앤파이터' OST곡인 히링제도와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카르멘 서곡 등을 연주했다. 앞으로 ‘앙상블 힐’의 활약을 기대하게 되는 멋진 연주였다. 창단을 축하하기 위해 1994홀에 모인 넥슨과 네오플의 임직원들, 연주단원의 가족들은 단원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시작에 모두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창단식에서는 사원증 전달식도 진행되었다. 네오플 윤명진 대표는 단원들에게 사원증을 걸어주며 "네오플의 구성원이자 넥슨컴퍼니 가족이 된 '앙상블 힐' 연주단원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말하며 "단원들의 아름다운 연주가 우리 사회에 꿈과 희망을 전달할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회사도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네오플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을 통해 발달장애인 연주단 발굴을 시작했다. 올해 1월 처음 앙상블힐과 인연을 맺고 2개월간 고용 컨설팅 프로그램의 일환인 기본 소양 교육과 합주 훈련을 거쳐 지난 3월에 8명의 중증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했다. 단원들은 네오플의 계약직으로 근로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서울지사의 고용 형태에 준하는 복지혜택을 받는다.
게임사에서 장애인 연주단과 전일제 근로 계약을 맺고 직접 고용 및 후원하는 것은 최초이자 의미있는 첫 사례이다.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3일은 재택근무를 통해 개인 파트를 연습하고 2일은 외부연습실에서 외부 지휘자 레슨을 통한 합주 연습을 한다. 연주단과 단원 부모님의 부단한 노력으로 비장애인과 구분 없는 근로 형태를 유지하며 연습을 하고 외부 공연을 준비 중이다.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이 있는 초.중학교의 발달장애 학생과 장애학생의 학우 및 교사등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공연을 시작할 계획이며 그외에도 앙상블 힐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다. 앙상블 힐은 연주를 통해 누구라도 자신의 재능을 찾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며, 이러한 모든 노력을 격려하고 응원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네오플의 정일영 이사에게 네오플이 앙상블 힐을 결성하고 운영하는 이유를 묻자, 아래와 같이 말했다.
“처음엔 단순하게 기업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단순 고용을 넘어 사회에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요. 기업의 사회공헌 측면에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더 나은 고용 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성을 모색하다 독립적으로 활동해 온 장애인 연주단을 발굴하게 되었습니다.”
앙상블 힐의 아름다운 연주가 더 널리 세상으로 퍼져나가 사람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해, 아름다운 첼로 선율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연주단원 부모 대표인 박영미 님에게 앙상블 힐에 대해 궁금한 이야기를 들었다. 앙상블 힐의 ‘힐’은 Heal(치유하다)이지만, Hill(언덕)로 읽히기도 한다. 그동안 수많은 언덕을 함께 넘어왔을 단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힘찬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앙상블 힐’과 함께하며 음악으로 치유되고,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김석영 단원 엄마이며 앙상블 힐 단원 부모 대표를 맡고 있는 박영미입니다. 앙상블 힐 창단 멤버로 8년 전부터 함께하고 있고 있습니다. 석영이가 3살 때 자폐성 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치료하면 자폐성 장애도 완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언어치료, 심리치료, 미술치료… 암튼 미친 듯이 재활에 집중하며 살아왔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이 그러하듯 저 또한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모든 시간을 우리 아이와 함께 1+1으로 살아왔고, 우리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 최고의 꿈입니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요, 중학교 때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서 첼로를 처음 접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앞으로 뭘 해야겠다거나 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왔던 것 같아요. 백석대 콘서바토리에 진학하고 나서 막연하긴 하지만 우리 아이도 첼로연주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최영순 선생님이 발달장애인 5명을 모아서 첼로 앙상블을 만드려고 하는데 같이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첼로 앙상블이 별로 없었어요. 석영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앙상블 힐 창단멤버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앙상블 힐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6년 정도 연습하면서 연주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고 2021년과 2022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공모하여 왕성한 연주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2년간 공모사업을 수행하면서 엄마들은 우리 단원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전문 연주자로 활동하려면 회사 소속의 연주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원들의 취업을 문의했고요. 감사하게도 네오플에서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단원들에게 첼로 연주는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
앙상블 힐은 중증의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며 사랑과 희망을 연주하는 연주단원들이 함께하는 첼로 앙상블입니다. 8년 전에 첼리스트 최영순 선생님이 중증 발달 장애인 5명을 모아 재능 기부로 첼로 레슨을 해주시면서 앙상블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1st(3명), 2nd( 2명), 3rd (2명) 3파트로 나누어서 7명의 첼로 연주자와 1명의 피아노 반주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원들은 자폐성 장애 특성상 상대방 감정 읽기나 감정표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사회성이 부족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지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첼로를 시작해서 대부분 15년 이상 첼로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단원들에게 첼로는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입니다. 그런 우리 단원들에게 첼로 연주는 사회와 소통하는 어쩌면 유일한 통로일 수도 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자폐 스팩트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실제 자폐는 드라마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아요. 우리 단원들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잘 참고 견뎌서 네오플 가족이 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네오플에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힐(heal)이라는 이름처럼 우리 단원들과 가족들이 치유되고, 연주를 듣는 많은 사람들이 치유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하겠습니다.
우선 지휘 선생님 레슨비와 연습실 임차료를 회사에서 지원해 주고 단원들이 급여를 받게되어서 안정적으로 연주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단원들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습니다. 네오플 직원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되었고, 이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존감이 많이 향상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일이라고 회사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주었다고 감격한 부모도 계시고요, 게임을 좋아하는 단원은 네오플에 입사한 후 게임을 즐기듯이 신나게 연주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페이코(자기 개발비)가 입금 됐을 때는 엄마들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네오플에 입사한 후 단원들과 부모님들 모두 보람되고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기대 이상으로 우리 단원들을 따뜻하게 대우해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단원과 엄마들 모두 감사하고 매순간 감동받으며 생활하고 있고 회사를 빛내는 연주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충만합니다. 우리 연주단을 따뜻하게 맞아 주신 넥슨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캐리비안의 해적, 히링제도, 드보르작 등 3곡을 준비했고, 관객들의 환호에 힘입어 앙코르곡으로 카르멘 서곡을 연주했습니다. 우리 연주단은 대중적이고 관객 호응도가 높은 영화와 드라마 ost 곡 중심으로 선곡하여 연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 연주 활동을 할 때는 던파 ost 히링제도와 레쉬폰도 연주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에 서울 올림픽공원 장미 공원에 갔는데 예쁜 장미꽃들이 엄청나게 피어 있었어요. 너무 예뻐서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향기가 나지 않았어요. 우리 사회도 겉은 화려하고 풍요로워 보이지만 희망을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 연주단은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서 장애인식 개선 등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고요. 회사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회사에서 제작하는 게임 ost 녹음에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던파 페스티벌 등 회사와 상품을 알리는 행사에 참여해서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