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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May 23. 2020

<러반타운> Part I - #3

역귀농의 그림자


역귀농 이유는 영농실패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은 일자리, 기타 자녀교육과 건강 문제다. 영농실패 또는 일자리 문제는 생계와 연결되니, 역귀농한 귀농인 10명 중 6명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큰 요인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기존 주민과의 관계다. 전남발전연구원이 2014년에 귀농 가구의 애로사항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마을 분위기 적응 문제와 주민간 관계 형성 문제가 제일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역귀농 인구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의하면 2014년 이후 2018년까지 5년간 순수 귀농 인구는 95,881 명이었다. 최근에는 귀촌 후에 귀농으로 전환한 인구를 추산하여 더하지만, 이 계산에서는 제외되었다. 같은 기간에 귀농한 인구 중 다시 도시로 돌아간 역귀농 비율은 8.6%이므로 5년간 약 8천 명의 역귀농 인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공식적인 역귀농 비율은 8% 대에 머물러 있지만, 30% 가까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역귀농 인구가 쓴 돈은 얼마나 될까? 초기 귀농 과정에서 2년간의 영농 준비 자금과 생활비만 따져도 최소 1억 원 이상 필요하니, 5년간 8천 명의 역귀농 인구가 8천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촌한 가구 중 19.7%가 귀촌 후 5년 이내에 농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용해 순수 귀농인구에 귀촌 후 귀농한 인구를 더하면 대략 26만명이다. 여기에서 8%의 역귀농 인구는 2만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보면 매년 4천억 원의 개인 재산 손실이 일어난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10년이면 4조원이다. 부푼 꿈을 안고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귀농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귀농하면 낭패를 본다. 

<5년간 순수 귀농 인구 95,881 명에 평균 귀농 자금 3억 원을 곱하면 28조 7,643억 원이 된다. 이 금액은 대부분 농촌의 어느 곳에 사용되어 보탬이 되었을 것이다. 귀농 현상은 확실히 농촌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귀농인이 농업을 시작하는 것은 기술 기반의 창업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고도로 산업화된 농업의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 창업과 마찬가지로 농업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다. 실패하면 자금 대출을 감당 못해 파산하는 경우도 생긴다. 자금이 부족하면 사업을 추진할 힘이 없다. 귀농인이 되었다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트랙터도 연료를 넣어야 움직일 수 있다. 농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 없이 옛말처럼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생각은 위험천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창업 열기가 뜨겁지만, 창업해서 성공하는 확률은 매우 낮다.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과 필요한 인력과 단계별 투자금이 필요하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귀농해서 농업을 창업하면 안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귀농 동기는 경제적 동기가 아닌 소위 ‘대안적 삶’을 찾는 낭만적인 이유가 더 많다. 꿈은 낭만적이나, 현실은 냉정하다. 누구인들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귀농의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농촌과 농업의 실체를 알고 귀농 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대안적 삶이라 함은, 농촌생활(시골 생활)이 좋아서, 도시 생활을 계속하고 싶지 않아서,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 자연과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 먹거리 품질과 안전성 등이다.>


귀농 과정에서 만나는 주요 상황들은 영농 관련, 주거 관련, 그리고 이웃 관련이다. 영농과 주거 관계는 귀농자금에서 겹치고, 주거와 이웃의 관계는 생활의 터전에서 마주한다. 또 이웃과 영농의 관계는 창업자와 멘토의 관계 이상이다. 농촌에서 자리잡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세 가지 요인들은 개별적으로 보이나 사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해결책도 통합적이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영농 x 주거

영농과 주거의 문제가 만나는 지점은 바로 소요되는 자금에 있다. 농지구입, 주택마련, 영농준비 등에 모두 자금이 필요하다. 귀농 비용의 대부분이 영농과 주거에 필요한 자금이다. 어디에 거주하느냐 혹은 어디에서 농사를 짓느냐는 모두 귀농 자금이 얼마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귀농하면서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 평균 1억1천526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조사되었으며, 평균 농지 구입금액은 약 1억1천만 원 정도였다. 농촌의 아파트를 전세로 구해도 비슷한 수준의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정상적인 수확을 얻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므로 그 기간의 생활비도 고려해야 한다. 거기에 2년 정도의 농업 준비 과정에서 사용되는 비용을 합하면 아무리 적어도 3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농작물의 경우 재배기간이 짧아도 안정적인 수확에 성공하기까지 2년(다년생은 3∼4년, 과수는 7~8년) 이상 걸린다. 예비 귀농인을 대상으로 농지 구입, 비닐하우스·유리온실 설치, 묘목 및 종근 구입, 농기계 구입 등에 필요한 자금의 대출을 보통 3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것은 그만큼 영농준비자금이 많이 소요된다는 반증이다. 


사계절을 모두 경험해 보는 것이 귀농지 결정에 도움이 된다. 영농 장소와 주거지의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취학자녀가 있는 경우 학교가 너무 먼 곳에 있으면 통학이 힘들다. 농촌도 편의성이 좋은 장소일수록 부동산의 가격이 더 비싸다. 참고로 귀농 초기에는 도시의 생활비보다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된다. 자금의 여유가 있어야 영농은 물론 주거도 안정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알맞은 선택이 중요하다. 귀농 정착지 찾기가 복불복 게임도 아니고, 신중하게 한 번 자리잡은 터를 금방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주거 x 이웃

주거지를 선택하는 것은 이웃을 만나는 것이다. 농촌에서 이웃 문제는 그 숫자만큼이나 복잡하니, 원하는 곳에서 당분간이라도 직접 살아보면서 이웃을 사귀고 환경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아직 집성촌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는데, 새로운 이웃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귀농인들은 주민들의 텃세를 원망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도시인이 들어와 분위기를 흐리는 것이 못마땅하다. 또한 농촌에서는 외지인과 거래하는 토지 가격과 마을 주민끼리 거래하는 가격의 차이나, 매물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종종 토지경계가 불명확한 문제도 있다. 


이웃간 갈등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전라북도의 어느 마을에서는 전입한 귀농인과 토지 재산권 불화가 일면서 귀농ㆍ귀촌인을 절대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었다. 나중에 해결되었다고 하지만, 양쪽 다 두고두고 기억될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강원도 홍천에서는 귀촌한 주민들이 주택 주변에 축사 신축을 반대하자 축산단체협의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귀촌 행정에 대한 비판 현수막이 걸렸었다. 심지어 경상북도 봉화에서는 70대 귀농인이 상수도 문제로 마찰을 빚던 이웃에게 엽총을 쏘고 면사무소를 찾아가 다시 엽총을 발사해 직원 2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오랜 도시생활의 관성을 가진 초기 귀농인들은 새로운 주거 환경에도 적응해야 하고 농촌의 공동체 문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이웃이 도와주어도 쉽지 않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데다 사고방식이나 문화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한 동네에 살지만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어렵다. 그래서 귀농인은 크고 작은 갈등을 겪기 마련이니, 초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웃 x 영농

이웃과 영농은 밀접한 관계다. 현대의 농업은 고도화된 기술의 복합체다. 처음 시도하는 농업에 실패하지 않도록 옆에서 격려도 하고 이것저것 도와주는 선배 영농인이 필요하다. 창업 초기에 좋은 멘토가 필요한 것 이상이다. 어깨 너머로 농업을 배우던 시대는 진작에 끝났다. 농업이 발전함에 따라 관련된 사람의 관계도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특히 소규모 농업을 하는 귀농인은 작목반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작목반에 들지 않으면 중요한 영농정보를 얻기도 어렵고 혼자 소량으로 생산한 농작물을 도매시장에 팔기도 힘들다. 텃밭 수준이라면 몰라도 나 홀로 영농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귀농인은 농업교육을 받지만, 해당 지역 농업인들의 기술과 경험을 배우는 것이 필수다. 아무리 오랜 세월 농사를 지어온 사람도 새로운 지역에 가서는 그곳의 농사법을 배운다. 지역의 토양이나 기후조건에 따라서 농사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농촌지도소나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도 농사에 관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지만, 이웃들만 알고 있는 최신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 이웃을 통해 중요한 영농 기술을 배우고 지원에 관한 정보도 수집하고 비슷한 농업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먼 곳의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 


귀농인이 농촌에서 만나는 이웃은 흡사 겨울철 난로 같은 존재다. 없으면 춥고, 너무 가까이하면 뜨겁다. 귀농인을 도와주는 사람도 있지만 본체만체 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이웃이 없으면 혼자 외롭게 고생만 할 수도 있다. 귀농인 역시 스스로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 농촌에서 귀농인 혼자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큰 그림에서 보면 귀농 정착의 성패는 대부분 영농과 주거와 이웃에 관계되는 복합적인 문제다. 성공적인 귀농 정착은 세가지 요인이 아름답게 겹쳐지는 지점에서 이뤄진다. 그 중 한두개가 문제를 일으키면 귀농 정착은 어려워진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지금까지는 모든 선택의 책임이 귀농인에게 있었다. 이제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상황을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의 농촌을 살리는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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