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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토어에 연어회를 팔기 시작했다.

(1) 네? 일반음식점은 온라인 판매가 안된다고요?

by 김주원

2달 정도 전의 일이다. 우리 가게는 연어초밥이 인기가 있는데 이걸 온라인으로 팔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치듯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세상은 이미 그 이전부터 밀키트, 밀키트 거리는데 나라고 그 대단하신 밀키트! 못할 이유가 뭘까 싶었던 것이다.


이름하여 [내가 바로 초밥왕! 초밥 체험 키트]다. 즉석밥과 초데리(배합식초), 초밥재료를 잘 포장해서 담아 택배로 보내고 그것을 받은 고객은 직접 초밥을 만들어 먹는다는 설정이었다. 이미 쿠팡에 이러한 아이템은 널려있긴 하지만 시도하려고 했다. 타겟은 초밥 만들기 체험의 주체인 초등학생과 그 아이를 둔 부모님으로 정하고 온라인 판매에 필요한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온라인 판매에 대해서는 완전히 백지상태였기 때문에 가게 일 마치고 브런치에 글 쓰는 것도 한동안 잊은 채로 인터넷을 며칠간 뒤적거리다가 보니 이거...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었다. 일반음식점으로는 내가 구상하는 형태와 방식으로 판매를 하면 안 된다는 점과 전자상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보통 카페에서 마카롱 같은 디저트들을 온라인 판매하는 것을 보고 그냥 가게에 파는 것들을 잘 포장해서 판매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왕 마음먹었는데 큰돈 드는 게 아니라면 시도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하나 해나갔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온라인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영업신고와 사업자등록 상에 제조업이라는 업종을 하나 더 추가해야 했다. 식품제조가공업, 즉석판매 제조가공업, 식품소분업, 기타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같은 것들이 있겠지만 나에게 적합한 것은 즉석판매 제조가공업이었다. 참고로 즉석판매 제조가공업이 식품제조가공업과 차이점이 있다면 생산자가 다른 유통과정(예: 위탁판매, 소싱)을 거치면 안 되고 직접 판매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위생교육을 수강해야 했다. 일반음식점의 경우 위생교육은 위탁기관이 "한국외식업중앙회"로 되어 있고 이곳에서 정해진 날짜와 장소에서 위생교육을 받거나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결재하고 수강하면 수료가 됐는데, 식품 제조업의 경우 주관하는 기관(한국식품산업협회)이 달라서 별도의 수강이 필요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곧바로 위생교육을 수강했다. 일반음식점 위생교육보다 조금 더 배울 부분이 많았다. 아무래도 음식점보다는 공장의 개념으로 접근을 해야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수강료도 더 비쌌다.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는 1년에 한 번만 받으면 되는 거라 올해 초에 발급받은 증명서로 충분했다.


대충 이 정도만 하고 시청 위생과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위생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OO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주원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판매를 위해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식당에서 즉석판매 제조가공업 영업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요. 위생교육 수료했고 보건증은 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즉판 신고하시려고요? 어떤 거 하시는데요?"


"숙성 연어회를 하려고..."


"우선 현장 실사 및 점검을 해야 해서요. 언제 시간 되세요?"


"예? 실사 때는 어떤 걸 보시나요?"


"포장을 위한 공간이 별도로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냉장보관 시설을 볼 거고요. 실사 후 적합 여부 판단 후에 영업신고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조방법 설명서도 준비해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되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대화 내용이 저런 식이었지만 대화 중간중간 내가 하려는 아이템에 대한 지적도 많이 받았고 다소 언성도 높일 뻔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냥 행정기관과 으레 있는 마찰 정도라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이 작은 공간에서 포장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려니 막막했는데, 가만 보니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평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주위를 바닥에 청테이프로 붙여 구역을 나누고 포장 구역이라는 팻말을 벽에 붙여두니 그럭저럭 포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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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실사는 담당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여 포장공간을 별도로 거리를 측정하고 냉장보관에 관한 것들을 확인한 후 영업신고 절차를 이어나갔다.


시청 위생과에 직접 방문하여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포장 공간을 따로 분류하여 영업신고를 마쳤다.


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의 시작은 정말 어려울 것 같았는데 첫 관문은 무난히 넘었다. 이제 다음은 뭘 해야 하지? 준비한대로 하는 거지 뭐...

KakaoTalk_20210702_202353754.jpg 노트에 대충 순서도를 그려놓고 하나하나 완료되면 체크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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