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우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 감사하니까
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그렇게 예의 바른 사람은 아닐 것이다. 무뚝뚝한 성격 탓에 내 마음을 100% 다 전달하지 못하는 거라 여긴다. 사실 감사에 대한 표현을 (상대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도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실제로 처음 개업을 했을 때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손님이 하나 둘 찾아올 때면 정말로 감사했다.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어느덧 3년을 훌쩍 넘었다. 그 세월 동안 친절하다는 소문이 동네에 조용히 퍼져나갔고 도시를 옮겨서 개업을 한 이후로도 그런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어? 내가 그렇게 친절하게 대한 적이 있었던가? (아내가 친절해서겠지)
뇌피셜이 보증하는 스몰데이터 분석 결과는 의외로 간단하게 나왔다. 경상도라는 지리적 이점이 그것이었다. 다 그런 건 아닌 데 가는 곳의 절반 정도는 파는 사람도, 사 먹는 사람도, 이상하게 반려동물도 무뚝뚝하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정말 무뚝뚝한 게 아닐까?
그래서일까, 고개 말고 허리를 숙이는 정도의 수고(랄 것도 없다)만으로도 손님들은 기꺼이 '친절하다'라는 감정의 피드백을 무심히 툭 놓고 가신다. 단골 예약과 함께. 우리 가게에 오는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내 고객이니까 정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속으로는 더 많이 외친다. 감사하다고. 나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니까...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거래처 사장님이나 택배 기사님 같은 분들께도 작은 호의로 이어졌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달콤한 콩고물은 내가 더 받고 있다.
카카오톡에는 생일인 사람의 프로필에 생일 표시가 있어서 그날 누구의 생일인지 알 수가 있는데 얼마 전에 보니까 식자재를 납품하는 사장님 프로필에 마침 생일 표시가 보이는 것이었다. 매번 오실 때마다 재미난 동네 소식도 전해주는 고마운 존재라서 초밥 한 도시락을 정성껏 싸서 선물이라면서 드렸다. 본인은 초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여기서 살짝 민망) 정말로 감격하셨다. 그날 집에서 미역국도 못 먹고 나와서 살짝 울컥하신 것도 같아 보였다. 그것 때문에 한참을 서서 그렇게 아내 욕을 하시다가도 결국 그 초밥은 아내분께 전달이 됐고 미역국도 먹었다는 소식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
그 이후로 사장님은 납품하실 때마다 간식으로 할 만한 것들, 분식집에 납품하는 원팩 냉동 국거리 같은 것들을 먹어보라며 서비스로 주고 가셨다. 물론 우리 가게에 오면 동네 소식을 더 디테일하게 전하느라 체류 시간도 더 길어지셨다.
최근에는 스마트 스토어로 연어회를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는 것도 하고 있는데(이 과정은 추후에 따로 올릴 예정) 이때 택배기사님 덕을 톡톡히 봤다.
평소에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공산품과 냉동제품들은 한 번 시키면 보통 몇 박스씩 되고 부피와 무게 모두 상당하기 때문에 우리 가게로 오는 물량이 있을 때면 택배기사님 얼굴에는 항상 땀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오실 때마다 음료수 한 캔 드리면서 목 좀 축이고 가시라고, 고생하신다고, 고맙다고 매번 표현을 하는데 어쩌다 보니 딸내미가 나이가 몇 살이나 됐는데 시집도 안 가고 아직도 자기랑 같이 산다는 푸념까지 듣게 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친해지다 보니 택배 계약부터, 따로 사려고 했던 송장출력 전용 프린터도 수월하게 지원받아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스마트 스토어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 온라인 주문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살짝 얼굴 보기 민망하다.
뭐, 아무튼 나는 초밥 한 도시락, 음료수 한 캔 정도의 티끌만 한 호의였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스노우볼 같이 크게 느끼셨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그분들로부터 더 큰 호의를 받게 된 셈인데 이걸 또 어떻게 갚아드려야 하나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