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의 진정한 비수기는 장마철
올해는 늦은 장마가 온다고 하더니 정말로 늦게 찾아온다. 지난달, 주말마다 비가 내려서 토요일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나는 그때가 장마가 아니냐며 갸웃했는데 오늘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이 확실히 장마겠구나 수긍하게 됐다.
장마철은 가게 재정비의 타이밍이다. 손님이 몰라보게 줄어든다. 매년 어김없다. 그래서 올해도 그럴 것이라 짐작한다. 솔직히 나 같아도 손님 입장에서 비가 잔뜩 쏟아지는데 초밥을 먹고 싶진 않을 것이다. 비올 때는 얼큰한 짬뽕이지.
주간 날씨 예보를 보면 정말이지 절망적이다. 게다가 내가 제일 취약한 고온다습이 예상된다.(참고로 난 추위, 더위, 봄, 가을 다 탄다.)
장마가 다가오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란다. 식자재는 평소 준비하는 것보다 20%가량 줄이고 그동안 자주 못했던 주방 환풍기, 후드, 화구 바닥 청소를 해야겠다.
그리고 장사하는 친구들이 심심하다고 연락도 많이 올 시기다. 작년 장마 때는 고향 친구가 조용할 때 놀러 와서 낮술을 마신적도 있었다. 올해는 가게를 옮겼으니 그런 일은 없겠지만 비올 때 짬뽕 국물에 소주 한잔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긴 하다.
아니면 심심해하시는 장모님께서 가게로 밑반찬을 가져다주시며 같이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할 것이다. 언젠가 혼자 감성에 젖어서 기타 치며 노래도 불렀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음치 주제에(그래도 청도 김 씨 중에는 잘 부르는 편)...
글을 손가는대로 쓰다 보니 처음의 매출 걱정은 사라지고, 비 올 때 즐겁고 설렐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메타인지 하고 있자니 참...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