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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공 배달앱으로주문이 들어왔다.

입점 2달만의 주문

by 김주원

지난주, 한창 홀 손님과 포장 주문으로 정신이 없을 때 낯선 알림이 가게에 울려 퍼졌다.


"먹깨비, 주문!"


아내와 나는 영문을 몰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배달 업체 사장님으로부터 공공 배달앱 홍보물을 받고 가게에 등록한 지 2개월 만의 첫 주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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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주문 틈바구니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느낌이 들어 짠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첫 주문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해서 포스 화면을 사진 찍어뒀다.


공공 배달앱이 참 장점이 많은데 특히나 사업주에게 좋은 점은, 홍보비가 없고 판매수수료가 적게 든다는 것이다. 이 점은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올 수가 있다. 사실 전기요금 몇 천 원 차이도 지난달과 비교해가며 벌벌 떨지 않는가.


아무튼 여러 장점이 있는 공공 배달앱은 이 동네에서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 도입 초반에 할인쿠폰 배포를 통해 반짝 호조를 보였다고는 하나 이내 시들해졌다.


우리 가게에 도입 후 지금까지 먹깨비를 통한 배달 건수는 2건이다. 2년 전, 배달의 민족을 처음 개시했을 때 아무 홍보도 없이 주문 건수 20건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에 나는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 다양성이 결여되고 독과점이 형성된 시장은 생산자에게든 소비자에게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신 먹깨비라는 공공앱을 보면 후발주자로서의 포지션을 갖고 있으면서 상위권 업체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개발한 건지는 약간 의문이 든다. 배달의 민족에서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마케팅 영역을 제외하더라도 기능적인 면과 앱 활용성 면에서 많이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초기 시장을 선점한 업체가 갖는 상징성이 대단한가 싶기도 하다.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 제목 밑의 부제조차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 스스로 결론을 내릴만한 위치는 아니지만 먹깨비라는 공공앱은 시작하자마자 암초를 만난 듯하다. 막강한 1위가 버티고 있는 영역, 공공앱이라는 상징성이 강점이지만 서비스 품질이 낮을 거라는 대중의 고정관념, 절대 부족한 홍보와 마케팅, 무관심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숙제는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와야 개선이 이루어 질 것도 뻔하다. 먹깨비의 건투를 빈다. 사활을 거는 민간 기업을 이기려면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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