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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꺾인건 가게 매출인가?내 멘탈인가?

지난달 장마 1주일의 나비효과

by 김주원

솔직히 말해 우리 가게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일 때 개업을 한 상황이라 코로나19라는 원인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증거는 내밀기 힘들다. 힘든 시기에 시작해서 아직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지난달의 매출은 어떤 원인으로 매출이 감소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바로 일주일간의 긴 장마 덕분이었다.


아마 그때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만 잔뜩 썼던 기억이 난다. 거의 매일 썼었다. 글솜씨라도 향상되었다면 기분이라도 좋으련만 막 쓴다고 한 번에 훅 늘지도 않고 아내에게 생활비도 많이 주지 못해 눈치도 많이 보였다. 삼성전자에 넣어둔 주식도 8만전자에서 7만전자로 내려앉은 지 오래다.


이것 말고도 안 좋은 상황은 더 있다. 은퇴 후, 경치 좋은 섬에서 혼자 생활을 하시던 장인어른은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셨고, 그 덕분에 장모님은 회사도 못 나가시고 장인어른 곁을 지키고 계신다. 자연스럽게 장사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시던 장모님의 부재로 아내와 둘이서 육아와 장사를 병행하고 있다.


안 좋은 일들은 스노우볼처럼 점점 더 크게 불어나서 우리 앞에 마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덤덤한 척해보려고 해도 나를 둘러싼 안팎으로의 문제들로 정신 못 차렸던 한 달이었다. 말수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깊게 생각하기가 싫어지는 기분이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묵묵히 내 할 일을 해나가면 되는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 기분들은 오랫동안 이어지는 감정들은 아니었다. 그때 그때의 감정들을 복기해본 것이다.


군소리 안 하고 내 할 일에 집중했다.


그렇게 한동안 손님이 뜸하다가 갑자기 8월 초부터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작은 침체기를 한 번 겪고 나니 주문해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 모두 고마웠다. 덩달아 내 멘탈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역시 장사하는 사람한테는 오는 손님이 약이구나 싶었다. 직접 포장해가시는 손님들께는 큰 소리로 감사하다고 외치고 배달 주문은 속으로 감사하다고 외쳤다. 그냥, 다 감사했다.


묵묵히 내 할 일 제대로 하고, 오는 손님에게 감사해하면 극복이 가능한 문제였던가? 혹시라도 이보다 더한 상황이 훗날 다시 일어난다면 조금 더 감사해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 해결이 되는지 시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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