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사람인지라...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홀에서 벌어지는 일은 확실히 주방 안에서 가늠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손님과 아내의 대치상황은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은 간다.
구성이 정해진 세트 메뉴 가격대에서, 본인이 싫어하는(제일 싼) 초밥들을 대신해서 좋아하는(단가가 높은) 가격의 초밥들로 바꿔 달라는 손님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유부초밥, 맛살 초밥을 광어, 연어초밥으로 바꿔 달라는 손님인 경우인데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단가가 높은 초밥세트 가격(그래 봤자 2천 원 차이)에서 천 원을 할인해서 드리는 식으로 제공하고는 있는데 이번 경우는 막무가내 손님이었다.
돈은 적게 내고 싶다. 하지만 비싼 것(그래 봤자 2천 원 차이)을 먹고 싶으니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식이었다. 나는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대신 상대방의 태도에 맞춰 대응한다. 보통 우리 가게에 와서 본인이 못 먹는 초밥 종류를 다른 걸로 대체해달라는 손님들은 어느 정도 우리와 알고 지내게 된 사이라서 양해를 구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나는 손님이 원하는 조건대로 웬만하면 상대방도 나도 기분 좋게 다 해드린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 조금은 그 손님이 뻔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대응은 아내가 했기에 내가 나설일은 없었다. 아내는 손님의 태도에 기가 빨려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다고 했다. 주문이 몰리는 바쁜 시간에 그 손님께서는 아내를 붙잡고 5분 이상을 모둠 초밥 구성이 뭔가 하는 단 하나의 주제로 우리의 시간을 잡고 흔드셨다. 아내는 주방 안으로 들어와서 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주문서를 건네주었다. 추가로 서비스 콜라로 달라는 요구를 덧붙이면서...
우리가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고객들도 우리의 기운이 전해질 거라 믿었고, 서로가 원만한 상호작용을 통한 수요와 공급의 조화가 이루어질 거라는... 아주 낭만적 자본주의 사회를 상상하며 장사를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느꼈다.
하나하나 마음을 쓰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나는 60억 분의 1에 해당하는 경우의 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와 내 형제조차 같을 수가 없는데 이 세상에 똑같은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그래서 손님 개개인의 캐릭터라 이해하기로 했다.
대신 서비스는 안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