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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Sep 16. 2021

무기력 극복하기

이따금씩 직장생활을 회상해보면 그때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지금은 손에 닿지 않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연차, 휴가, 주 5일, 칼퇴근, 공휴일...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맴돈 것들이 모두 휴식과 관련된 단어다. 그 시절은 그 시절대로 사는 게 힘들고 치열했지만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한 것이, 뒤돌아보면 다 추억 같이 느껴지고 행복했던 것 같은 이유는 왜일까?


2주 정도 매우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휴식과 관련된 단어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왜 무기력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잠이 부족한지 충혈도 자주 되고 몸살도 났고 한동안 안 생기던 편두통도 이따금씩 나를 괴롭혔다. 아무래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의 용량이 내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한계를 넘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가만히 나의 무기력한 순간들을 되뇌어보면 내 삶을 내 의지대로 할 수 없을 때 가장 많이 느끼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 납득하기 힘든 일을 누군가가 나에게 시키거나 부탁할 때, 그리고 이해하는 과정도 없이 그것을 해야만 할 때가 더욱 그랬다.


이제 청년의 티를 벗어나서 중년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지만 이런 반발감은 사춘기 시절의 나 자신 못지않게 크다. 하지만 사춘기 때라면 반항하고 소리치고 쿨하게 뒤돌아서면 되는데 이젠 그럴 수 없는 나이와 위치에 있다 보니 그런 반발감이 무기력이라는 에너지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몸이 아파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순간에 격해진 감정이 아픈 몸과 한데 섞여 이상한 기운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기운은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러면서 멍청하게도 매출이 안 올랐다고 투털 댔다. 아픈 몸 뒤로 숨어버린 내 이성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아내와의 대화도 줄었다. 시답잖은 농담과 아이들 얘기로 할 말은 많았는데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하다가는 악순환만 반복될 것 같았다.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했지만 어떻게라도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단, 일찍 자 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9시 반에 잠들고 6시에 일어났다. 장사하면서 가장 오래 잤다. 보통은 자기 전에 야식도 먹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메모도 하고 책도 읽는데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퇴근 후엔 딱 잠만 잤다. 


그랬더니 어? 스스로가 몸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어렸을 때는 아프면 약을 먹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나아서 중간에 회복하는 과정을 느낄 수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아픔과 회복의 중간 과정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처음 느껴보는 거라 신기했다.


잠만 충분히 자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다니, 결국 몸이 건강해야 되는 거였나. 몸이 아프니까 아무 의욕도 생기지 않고 남는 시간이 많아도 오히려 멍하니 시간만 잡아먹는 꼴이 되었었는데 확실히 몸이 회복되니까 기분도 회복됐다. 잠이 보약이었구나!


극복하는데 2주가 걸린 거면 생각보다 빨리 벗어났다고 본다. 대신 매번 잠을 이렇게 오래 잘 수는 없다. 지금 여건상 자는 시간을 쪼개서 글도 쓰고 책도 읽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번에도 이런 상황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열정도 내 몸이 허락하는 정도까지만 불태워야겠다. 혼자일 때는 아프면 나만 손해였는데 이제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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