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날, 아내가 나에게 비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차에 태워 의기양양하게 맛집으로 알려진 곳을 데리고 갔다. 그러나 하필 그날 그 가게는 문이 잠겼다. 오랜만에 칼질 좀 하나 싶었는데 아쉬웠다.
나는 책으로 연애를 배운 사람답게 이런 상황에서 내가 리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따로 봐놓은 곳이 있다고 하며 몰래 검색해서 근처에 위치한 셰프의 국수전으로 핸들을 돌렸다. 스테이크에서 국수로 메뉴가 급강하했다.
나는 면을 좋아해서 다른 사람도 다 면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가게에 도착해서 아내는 밥 종류를 시켜놓고는 그마저도 입에 잘 갖다 대지 않았다. 나는 '훗! 내숭인가?' 착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내와 나의 식성은 완전히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면, 수제비, 떡국을 아내는 완전 싫어했고 그 싫어하는 걸 용케 캐치해서 첫 만남에 식사하러 간 것이었다.
그렇게 첫 만남에 첫인상에서 1 아웃, 식사자리에서 2 아웃을 받은 줄도 모르고 나는 희희낙락 거리며 역시 사람은 책을 읽어야 된다며 뿌듯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