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다

by 김주원

아내는 훗날에, 나와 소개팅을 한 그날 우리를 주선해줬던 내 직장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내 편)는 그래도 세 번은 만나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아내를 설득했다던데 당시에 난 그 사실도 모르고 두 번째 만남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직장 동료의 간절한 설득에 우주의 기운이 응답했는지는 몰라도 그녀와 꾸준히 연락은 주고받았고 다가오는 주말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 됐다.


두 번째로 만나게 된 날은 좀 더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처음 만났던 날에는 알지 못했던 아내의 고민도 알게 되었고 물론 나의 고민도 털어놓았다.


아내는 졸업반이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컸었다. 그런 감정을 나와 공유해준다는 것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아내는 그냥 대화를 하다 보니 그런 고민들을 늘어놓았을 뿐이었겠지만 나는 금사빠답게 이내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제 서른은 넘었다고 상황 파악은 할 줄 알았는지 좀 더 만나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사는 지역이 달라서 매일 볼 순 없었지만 아무튼 나와 아내는 두 번째 만남 이후로 별 일이 생기지 않고는 거의 매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에 대한 경계심은 조금씩 줄어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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