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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Jan 05. 2023

팁을 받다니

한 소년이 나에게 500원짜리 하나를 건넸다.


"맛있는 연어초밥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마디 다름없이 딱 이렇게 말을 하면서...


내가 팁을 받은 것이다. 장사를 하면서 처음 받는 팁이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아이 둘이 가게로 들어섰을 때, 가게는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었다. 우리 가게는 테이블이 2개밖에 없어서 2팀을 받으면 자리가 다 차버린다. 작은 가게에서 혼자 장사를 하려니 테이블을 늘릴 수도 없다. 아무튼 어머니로 보이시는 분께 자리가 다 차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 가족은 아쉬워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그리고 30분 뒤에 큰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가게로 들어와서 자리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역시나 다른 예약 팀이 들어와서 자리가 없었다. 아쉬움에 고개를 떨군 채 나가는 걸 보는 내 마음도 무거웠다.


오후 1시가 넘어 손님들은 다 빠져나갔다. 점심 장사는 손님들이 한 번에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다반산데 손님들이 다 나가니 내 기운도 싹 빠져나갔다. 그러던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이제 자리 있나요?"


"아! 아까 헛걸음하셨던 아이 둘이랑 같이 오셨던 분이신가요?"


"네!!"


"지금 자리 비었습니다. 다른 손님 안 받을 테니까 천천히 오세요."


"감사합니다. 연어초밥이랑 우동 좀 해주세요. 바로 갈게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전화가 그분에게도 고마웠겠지만 내가 더 고마웠다. 정성껏 준비를 했다. 헛걸음에 대한 죄송함에 서비스로 초밥도 조금 더 넣었다. 아이들은 신나 하며 자리에 앉았다. 어머니로 보이는 분의 눈은 안도감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여쭤보니 우리 가게 연어초밥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해서 다른 데를 갈 수 없었단다. 여기서 조금 감동...


그 사이 나는 배달 주문과 다른 테이블의 손님 주문을 마무리 짓고, 방학이라 어디 못 가고 가게에 앉아있던 아들 녀석을 마침 데리러 온 태권도 관장님께 인계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모자지간인 손님도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 아들이 먼저 나에게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계산을 하려는 건가 싶어 눈을 쳐다봤는데 나에게 수줍게 손에 쥐고 있는 걸 건넸다. 


500원.


나는 어리둥절해서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쳐다봤다. 눈이 다시 마주쳤을 때 아이는 한 마디를 하고 엄마 옆으로 숨었다.


"연어 초밥 맛있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벌써 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감동을 먼저 먹은 것이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고맙게 받았다. 그리고 아이의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아이가 저한테 팁을 주는데요?"


"얘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주웠는데 그걸 사장님께 주네요. 아이참..."


"이런 적이 처음이라 저도 얼떨떨하네요. 하하하."


연어를 좋아하는데 우리 가게 연어초밥만 먹는다는 그 아이는 혼자서 뭔가 나와 내적친밀감을 쌓은 눈치였다. 나는 정말 내성적이고 소심하지만 이런 아이들과 거리를 둘 순 없기에 최대한 용기를 쥐어 짜내서 친근하게 대했다. 가게에 놓여 있는 통기타에 관심을 보이길래 쳐보라고도 하고 말이다.


뭔가 선물 같았던 가족 손님들이 나가고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분명 그 아이는 나보다 마음의 그릇이 더 커서 나에게 마음을 나눠준 게 아닐까? 나이와는 상관없이 마음의 그릇이 큰 그 아이 덕분에 나는 500원의 팁을 받고 수 백, 수 천만 원을 받은 것보다 더 큰 충만함을 느꼈다. 새해 복을 먼저 받고 한 해를 시작하는 기분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나눠줄 수 있도록 마음의 그릇을 키워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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