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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Jan 07. 2023

고향에서 오신 단골손님

나는 약 4년 전, 내가 태어나고 자란 밀양에서 처음 장사를 했다. 벌써 4년이 지나고 5년 차가 되었다는 것에 새삼 놀랍기만 하다. 대박 식당은 아니고 꾸역꾸역 버텨온 것만 해도 좀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 사는 김해로 넘어와서 다시 장사를 하게 되었는데 감사하게도 고향에서 장사하는 동안 가게를 이용하시던 손님들께서 김해 쪽을 지나갈 일이 있을 때 우리 가게를 들르신다. 우연히 가게 이름을 보고 들르시는 분도 계셨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계셨다. 


맛과 서비스는 둘째치고 그만큼 장사를 하는 세월 동안 손님들과 교감을 나눴던 것이다. 말수 적고 내향적인 성격인 데도 불구하고 손님들과 이런 교감을 나눴다는 건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 안 보이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김해에 가게를 오픈했을 당시 거의 1년간 매주 1~2팀은 고향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자주 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한 번만 찾아오셔도 단골손님으로 맞이했다. 얼굴은 최대한 안 까먹으려고 노력했다.


어제 오셨던 분도 고향에서 오신 단골손님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계셔서 몰랐다. 하지만 내 몸이 기억했다. 인상착의로 파악이 된 게 아니었다. 그냥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스스로 무의식이 의식에게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이 분은 밀양에서 오셨고 지금은 딸과 함께 왔지만 아들도 1명 있다. 그 아들은 군대에 갔을걸 아마?' 


와, 나 천재인가? 어떻게 구구단을 외우듯이 이렇게 툭 튀어나오지? 아무튼 내적 잘난 척을 조금 하면서 멀리서 오신 손님들께 서비스도 조금 챙겨드리고 반갑게 새해 인사도 나눴다. 아드님의 군생활에 대한 안부도 물었는데 내 예상이 맞았다. 아들은 부사관으로 군대에 가 있는데 마침 휴가를 받아서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그냥 동네 장사의 매력이 이런 거지 않나 싶다. 서로 연락처도 모르고 성함도 모르는데 서빙하면서 듣게 되는 소소하고 자잘한 일들에 고개 끄덕여 주면서 친해지는 거.


나에게는 우리 가게에 2번만 들러도 단골손님이다. 먼저 살갑게 구는 성격이 아니지만 그래도 안부 정도는 물을 용기는 있다. 2번째 방문에 단골 대접을 받으시는 손님들의 표정도 잊지 못한다. 사실 지금 적자 상황인데 이 맛에 장사를 못 끊는 게 아닌가 싶다. 그저 소원이 있다면 장사 오래 해달라는 손님의 말처럼 


"장사, 오래 하고 싶다."



[여담]

이 이야기 속 손님이 다 드시고 이렇게 치워주고 가셨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이렇게 해주시면 나는 그분이 가신 방향으로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음료수는 서비스. 


덕분에 저는 계속 새해 복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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