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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Jan 30. 2023

혼자 일하며 아플 때

아침에 눈 떴을 때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누가 내 머리를 가시로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들어 자도 자도 계속 잠이 와서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두통으로 이어졌다. 원인이 잠에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조만간 수면다원검사를 해 볼 예정이긴 하다. 아무튼 아프기 시작했다.


두통과 몸살은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나에게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오는 손님 마다할 장사꾼 없다지만 이런 손님은 달갑지 않다. 그나마 몸살 기운은 없어서 다행이라 여기며 주섬주섬 옷을 입고 가게로 향했다. 


아내가 챙겨준 약을 먹고 쌀을 씻는데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을 만큼 아픈 게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출근길에 들렀던 정육점 사장님은 코로나 후유증 아니냐며 걱정하셨는데 코로나는 걸린 지 2달이 지났는데 무슨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냐 생각했고 딱 작년 이맘때 아내가 대상포진에 걸린 게 생각이 났다. 


나도 대상포진일까? 아내는 작년 초에 대상포진으로 무척이나 괴로워했었다. 그 이후로 아내더러 가게일을 쉬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아픈 건 아니었고 단지 두통이 평소보다 심한 상태여서 아프면서도 별다른 걱정은 여기까지만 했다. 대신 점심 영업은 쉬기로 결정했다.


오픈준비를 잠시 하다가 멈추고 전기패널을 켜고 따뜻해진 가게 평상에 한참을 누워있었다. 그 사이 가게에 전화도 많이 왔지만 못 받았다. 저녁에 영업한다는 안내 문구만 음성으로 나오게 해 놓고 잠이 들어 버렸다. 오한도 느껴져서 패딩으로 몸을 감싼 채 덜덜 떨며 그야말로 땀을 쏙 뺐다.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아 미처 다 하지 못한 가게 오픈 준비를 하는데 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에 받았다. 아프니까 서러워지는 느낌.


혼자 자취하던 시절에 아팠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때도 무척이나 서러웠는데 오늘 느꼈던 서러움은 조금 더 크게 다가왔다. 일을 쉬면 그날의 매상은 날아가버리는 지금의 상황이 더욱 무섭게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아파서 스스로 반차를 쓰게 됐는데, 예전 같았으면 연차 쓰는 직장인이 부러웠겠지만 이제는 몸 관리를 못한 나 자신을 더 돌아보게 된다. 얼른 서러운 감정 모두 떨쳐내고 저녁 장사는 기운 내서 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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