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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Jan 18. 2023

가게에 평상이 있는 이유

우리 가게에는 한 평 남짓한 사이즈의 평상이 있다. 인테리어를 처음 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인데 이 평상은 딱 꼬집어 손님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다. 


개업 초반에 아내와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고 오면 아이들은 평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손님 테이블이 바로 옆에 있어서 이목이 집중됐고 나는 혹시나 손님들 식사에 방해가 되나 싶어 노심초사했던 적이 많았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나는 혼자서 장사를 하고 아내는 피부미용 기술을 배워 일자리를 구했다. 자연스레 우리 아이들도 가게로 오는 게 뜸해졌다. 평상에 널브러져 있던 장난감을 다 치우고 정리를 해 놓으니 손님을 받아도 될 정도로 깔끔해졌다.


평상은 나 혼자 누워 있기에도 딱 맞는 사이즈다. 전기판넬이 깔려있어 추울 때는 불을 켜고 따뜻하게 누워 있을 수도 있다. 브레이크 타임 때 20분 남짓 몸을 뉘어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한다.


오늘은 아내가 바빠서 일을 늦게 마치게 됐다. 둘째 아이 하원은 내 몫이다. 시간 맞춰 헐레벌떡 뛰어서 어린이집 통학버스 하차하는 곳으로 달려가니 멀뚱멀뚱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선생님께 건네며 둘째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가게로 돌아왔다.


손님이 없을 때라서 티브이를 보거나 색칠놀이를 같이 했다. 키 빼고 다 잘 크는 우리 아이... 아빠가 해주는 연어초밥이 맛있다며 요구르트랑 같이 오물오물 씹으며 금세 한 접시를 비우는 모습을 보며 나 혼자 뿌듯해했다. 


배달 주문이 들어와서 후다닥 처리를 하고 기사님께 음식을 전달하고 평상 쪽을 바라보니 아이는 어느새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따뜻한 침대 위에 눕히고 재우고 싶었는데... 아, 또 이런 상황이 내 감수성을 건드리는구먼.



세월이 흘러 돌이켜 보면 힘든 순간이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은 추억이 아닌 쓰라린 고통이다. 이 시간에 아이가 편한 곳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가게 평상에 누워서 엄마가 올 때까지 잠을 자는 모습이라니...

 

복잡한 마음이다. 가게에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서 같이 웃고 떠들고 노는 게 좋기도 한데 평상 위에서 불편하게 누워 자는 아이를 보니 짠하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면 나와 비슷한 사정의 가게 사장님들이 꽤나 많아서 놀랐다. 어린 자녀를 가게 한편에 데려다 놓고 장사를 하는 분들을 보니 뭔가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애잔함도 스며든다. 아이 교육에 해가 될까 걱정하시는 분도 많으리라 짐작된다. 그저 나는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가게 일을 마치고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면 10시가 넘는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잠도 자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놀라게 해주려고 커튼 뒤나 소파 밑에 숨어서 키득거리고 있다. 모르는 척 지나가다가 깜짝 놀라는 척을 하면 아이들은 배를 움켜잡고 날 놀리기 바쁘다. 얼른 씻고 나와서 아이들 보고 자라고 재촉한다. 평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15분.


이토록 아이들과 평소에 함께 하는 시간이 짧디 짧기에, 오늘처럼 가끔 가게에 와서 평상에 앉아서 놀게 된다면 조금 더 아이들을 바라보고 조금 더 말을 걸어보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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