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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Jan 31. 2023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

집 근처 킥복싱 체육관에 다닌 지도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어제 두통으로 고생했던 것과는 별개로 장사체력은 예전보다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는데 확실히 운동의 도움이 크다.


작년 이맘때 몸무게가 한계를 모르고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작은 키에 몸무게가 80킬로그램까지 육박하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고 목에 담도 자주 걸렸다. 아내가 대상포진으로 가게 일에서 손을 뗀 뒤 혼자 장사를 하면서 체력소모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지 야식과 술을 항상 달고 살았다. 힘들수록 몸에 안 좋은 것만 찾은 것이다.


나는 당시에 튀어나온 배 때문에 발톱을 정상적인 자세로 깎을 수가 없었다. 혈압도 높게 나왔다. 이대로 살다가는 갑자기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있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진짜로 운동을 해야겠다 싶었다. 의지박약으로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면서 실천은 전혀 하지 않다가 죽을 것 같으니까 결국 게으른 몸을 이끌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체육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20대 중반의 관장님은 등록하러 온 나를 반겨주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기에 체중감량이 1차 목적이라고 하니 3개월 안에 5킬로그램을 빼보자고 했다. 이 제안과 관장의 파이팅에 홀려 3개월치를 등록했다. 3개월이 지나고 감량에 성공하면 힘든 운동 접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지 했는데 꾸역꾸역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줄넘기만 해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매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쓰고 있는 마스크에 침도 많이 고였다. 수요일은 더 힘들었다. 매주 수요일은 맨몸 운동을 하는 날인데 군대 시절 유격 훈련받는 줄 알았다. 초반에는 두 발로 걸을 힘조차 없어 집까지 겨우겨우 기어서 들어갔으니 말 다한 셈이다.


그러던 것이 몇 주 다니면서 어느 정도 체력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관원들과 스파링을 하며 주고받기도 가능해졌는데 그때부터는 온몸에 멍이 빠질 날이 없었다. 특히 로우킥이 그대로 꽂히게 되는 허벅지는 3주 넘게 멍이 빠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아내는 속상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건강을 되찾으려고 간 곳에서 상처만 늘어서 오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꾸준히 체육관에 나갔다.


밤 9시에 수련을 하는데 그곳에 40대는 나 혼자다. 성인반 수업이지만 성인은 나 포함 3명 남짓이고 나머지는 중고등학생들이다. 매번 볼 때마다 중고딩들의 체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내가 어른으로서 학생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 줘야 하는데 반대로 얘네들이 "삼촌! 좀만 더 힘내세요"라고 한다. 부끄럽지만 지금도 똑같다.


체력은 한 번에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과 그때의 나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지금은 다시 몸무게가 조금 늘었지만 입관 3개월 만에 5킬로 감량도 성공했다. 줄넘기는 아무리 뛰어도 중간에 지쳐서 그만두는 일은 없게 되었고 무거웠던 글러브도 3라운드 정도는 얼굴에 갖다 대고 계속 서있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표정이 환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돈이 없다는 게 큰 이유지만 운동하는 동안 술과 야식도 많이 줄여서 혈색도 돌아왔다. 술을 안 먹는 저녁 시간에는 블로그에 글도 쓰고 책도 읽게 되어 세상 보는 눈도 많이 뜨인 것 같다. 처음에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인데 이젠 어느덧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렇게 경험으로 깨닫게 됐다. 운동이 체력도 길러주지만 정신력도 길러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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