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요? 식은 밥 먹기죠

by 김주원

식당 장사를 하면 최소한 먹는 건 걱정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모처럼 장모님께서 잡채랑 미역국을 해주셨다.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룰루랄라 흥얼거리며 가게 정리를 대충 마치고 밥 먹을 준비를 했다.



배가 많이 고픈 상태라 그릇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국그릇에 밥이고 국이고 반찬이고 다 담았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미역국의 소고기 건더기를 한 젓가락 날름 집어 먹고는 내 위장에 슬슬 밥을 넣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제 한 술 떠볼까? 하는 찰나에 울려 퍼지는 소리, "배달의 민족 주문!"


그래, 항상 내가 한 숟갈 뜰 때마다 주문이 왔었지... 이러면서 주문서를 보니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연어덮밥 메뉴였다. 주방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갔다. 5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포장까지 다 끝내고 배달기사님이 픽업하는 공간에 올려놓고 다시 내 밥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국은 따뜻했다.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고 돌아온 관우가 된 기분이었다.


수저를 들어 밥 한 숟갈, 국 한 모금, 잡채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어서 삼켰다. 그러고 있는 동안 또 울리는 소리, "배달의 민족 주문!"


...


30분 만에 테이블에 앉으니 밥은 그릇에 눌어붙었고 국은 차게 식어 있었다. 그래도 배고픔은 이따위에 신경 쓰지 마라며 살고 싶으면 몸속에 욱여넣으라 아우성이다.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몰라 국에 밥을 말아 마셨다. 남은 잡채는 내일 먹지 뭐.


문득 작년에 건강검진받는다고 문진표를 작성하던 게 생각난다. 규칙적인 식습관 여부에 나는 '항상 그런 편이다'에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매번 밥을 먹으면서 위와 같은 상황을 겪다 보니 이것조차 규칙적으로 먹는 거라 착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불규칙적인 습관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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