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창 녀석은 장사 실패 후 대리운전과 배달대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 마저도 시원찮아 보였다. 그 때 마침 나도 가게에서 배달도 시작하게 되서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그 친구에게 연락해서 가져가게 했다. 그러다보니 자주 얼굴을 보게 되고 연락도 주고받게 됐다.
어느 날 가게 브레이크 타임 때 그 친구가 놀러와서 밥을 같이 먹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그 친구 인생도 참 기구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얼마안가 망한 이야기부터 헤어진 여친이 알고 봤더니 자기랑 친했던 친구랑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본인의 건강 상태도 꽤나 좋지 않아서 어떤 일을 하든 제대로 할 수 없는데다 모친 건강까지 좋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그냥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다 겪은 것 같아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당시에 계약했던 배달대행업체 대신 이 녀석에게 배달 주문을 될 수 있는 한 몰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지낸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배달 주문이 들어와서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을 걸어도 받질않아 업체를 불러서 배달 완료를 하고 다시 전화를 해봤다. 역시나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고 그 뒤로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연락이 다시 되기 시작한 건 몇 주가 지나서였다. 여태 무슨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아팠단다. 걱정이 됐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그런데 한참을 뜸 들이더니 나에게 돈 좀 빌려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병원비 낼 돈이 없다는 이유였다.
당시에 나도 가게 운영을 하면서 조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기에 많이 망설여졌다. 그래도 그 녀석이 몸을 회복하고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 바로 갚아준다는 말을 믿고 내 기준에서 조금은 큰 금액을 보내줬다. 한 달에 식재료로 나가는 카드 비용 정도였다. 그 친구도 바로 일을 시작해서 다음 달 카드 값 빠져나갈 때 쯤에는 보내 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 친구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이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 녀석이 나한테만 돈을 빌린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심지어 자신이 일하고 있던 대리운전 회사 사장에게까지 돈을 빌리고 잠적했다는 이야기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도 거짓일 수 있었다는 소리를 듣고 나는 그냥 돌려받는 것을 포기했다.
'수 천만 원을 떼이진 않아서 다행이다. 연대보증은 아니라서 더 다행이다.' 이렇게 되뇌이며 잊고 살려고 노력했다. 이런 내 고민을 들어준 친구는 약국을 운영하며 꽤나 돈을 많이 버는 약사다. 그런데 자신은 친구나 동창으로부터 돈 빌려달라는 부탁을 거의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충격을 먹었다. 아, 압도적으로 돈을 많이 벌면 돈 빌려달라는 똥파리들이 안꼬이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똥파리는 똥에게만 꼬인다는 것도 씁쓸하게 깨달았다. 어찌보면 다른 사람들이 2~30대 때 겪는 일을 늦게나마 겪게 된 케이스이기도 한데 어찌됐든 나는 내 인생에 또다른 동기부여가 되었고 적당한 금액에 인간관계를 잘 정리했다고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