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믹스커피를 즐겨마시진 않지만 이따금씩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는 식후 믹스커피 한 잔을 꼭 찾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가게엔 믹스커피를 비치해두고 있다. 2대8 법칙이라고도 하는 파레토의 법칙은 믹스커피 소비에서도 나타나는데, 믹스커피를 드시는 손님이 10명이라고 가정하면 한 두 명씩은 꼭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신다'는 점이다. 가게에서 드시는 것이 아닌 '가져가시는' 분들 덕분에 내가 커피를 치워버릴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한동안 한 적도 많았다.
처음에는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게 세상 돌아가는 법칙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재미있는 관찰거리가 되었다.
보통은 자연스럽게 각자 알아서 믹스커피를 챙겨 드시는데 매번 식사 후 나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두 개씩 가져가시는 단골손님께는 몇 번 더 찾아오셨을 때 오히려 내가 먼저 챙겨드리고 있다. 바로 옆 가게 사장님과 티타임을 즐기는 걸 알기에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는 사이다.
어떤 분은 정수기 위에 있는 커피믹스를 재미있는 걸 발견한 사람처럼 하나 챙겨서 자리로 와서 마시고 가신다. 그러고 나서는 가게 구석구석을 살펴보시고 내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도 해주셨다.
이런 분들이 있는 반면 재미난 일은 며칠 전에 있었다. 여러 명이 우르르 오셔서 전부 다른 메뉴를 주문하셨는데 혼자서 하다 보니 조금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양해를 구하고 주방에서 혼자서 생쑈를 하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홀 쪽을 바라보니 일행 중 두 명은 다른 자리에 앉아서 사업설명회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홀 가운데 서서 티브이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며 채널을 돌려보고 계셨다. 두 팀만 받을 수 있는 작은 가게라 조금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다른 배달 주문도 있어서 긴장감에 소변도 마려워 오고 다음 손님을 받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배달앱은 잠시 일시 정지 상태로 해놓고 홀 음식에 집중했다. 초밥을 만드는 동안 고개를 들어 홀 쪽을 보니 사업설명 비스무리한 걸 하시던 분께서 사뿐사뿐 정수기 쪽으로 가시더니 믹스커피를 한 움큼 쥐어서 가방에 넣으시는 걸 봤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활짝 웃으셨다. 너무도 활짝 웃으셔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마스크 끼고 있어서 표시도 안 나겠지만) 리액션이 고장 나버렸다.
오늘 마트에 간 김에 커피믹스를 카트에 담으며 잠시 한 개당 단가가 얼마인지 계산해 보다가 이내 현타가 와서 피식 웃어 버렸다. 생각보다 많이 떠나간 커피믹스들이 더 많은 손님을 데리고 오는 상상을 하며 앞서 계산적이던 생각들을 지워나갔다. 그저 재미난 글감을 주고 가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만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