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진입할 때 나는 그야말로 공포에 질렸었다. 태풍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말에 겁에 질려 본격적으로 상륙하게 되는 다음 날에는 장사하는 것도 위험할 것 같아 임시 휴무를 내걸었다.
집에 와서는 베란다 창문을 다 걸어 잠그고 창틀마다 박스 조각을 끼워 넣어 단단히 고정했다. 창 밖을 보니 비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태풍이 지나갈 예정인 다음 날이 밝았다. 햇빛이 쨍쨍했다. tv를 틀었다. tv는 계속해서 속보로 태풍의 위력과 피해 소식이 전해졌다. 그냥 그날 하루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2023년 들어 어제는 6호 태풍 '카눈'이 우리 동네를 지나갔다. 태풍이 오기 전 가게 어닝도 다 접고 밖에 놔둔 화분도 다 실내로 들여놨다. tv에서는 실시간으로 태풍이 얼마나 북상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가게 임시 휴무는 하지 않았다. 태풍에 대한 대비는 했고, 지난해처럼 맑디맑은 하늘을 보며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더 두려워서였다.
어제, 오후 3시까지 세찬 비가 내렸다. 하지만 그 위력은 장마가 절정이던 때와 비슷했다. 그래도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재료 준비는 많이 하지 않고 평소보다 절반 정도만 준비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배달업체도 정상적으로 예전처럼 오전부터 운행을 시작한다는 문자가 왔다. 역시나 비가 많이 오다 보니 홀에 손님은 뜸했다. 하지만 배달 주문이 계속 들어왔다.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주문이 들어왔다. 비 오는 날에도 초밥 주문이 들어오는 건 아무래도 우리 가게가 비올 때는 서비스로 초밥을 몇 개라도 더 챙겨준다는 게 알려져서일까?
아무튼 '평소 준비하는 양대로만 준비했다면 더 팔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뒤로 하고 6시가 되기도 전에 거의 다 팔았다. 일찍 퇴근한 아내에게 줄 초밥 한 도시락을 싸들고 7시쯤에 퇴근했다.
아내와 초밥에 맥주 한 잔 같이 하면서 태풍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 정도로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 정도인가 의구심을 가지며 우리가 잘하는 음모론을 신나게 펼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tv에서는 중부지방 여러 도시들의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 우리 동네에는 태풍이 잘 피해 간 건가 생각을 하게 됐다.
부산에 사는 친구와 카톡을 하면서 피해상황을 물어봤는데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다행이었다. 아무 대비 없이 피해를 입는 것보다 태풍 오기 전에 이런 호들갑이라도 떨어서 대비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