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거 먼저 먹는 아내 vs 나중에 먹는 나

by 김주원

얼마 전 초밥 도시락 단체 주문을 다 처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4시간이나 일찍 출근했다. 전 날 마셨던 커피의 여파로 거의 뜬 눈으로 지새운 바람에 손님이 가지러 오기로 한 시간인 11시 30분까지 거의 기억이 없었다.


재료 준비에 3시간, 초밥 도시락 싸는데 3시간 걸려서 총합 6시간 동안 정신없이 움직였다. 손님은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고 나도 때맞춰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배는 고파오는데 가게에 먹을 것도 다 떨어진 상태였다. 때마침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내) "장사 안하나?"

(나) "와...디다...못하긋다. 눈이 안 떠진다. 좀 쉬었다가 저녁 장사는 해야지."

(아내) "나도 어차피 2시 예약 손님한테 가야되는데 밥이나 같이 무까?"

(나) "어 그라자. 뭐 묵지?"

(아내) "중국집 가자. 짜장면 먹고 싶다. 음, 짬뽕도 먹고 싶은데?"

(나) "그래 일단 가보자."


도저히 체력이 되지 않아 점심 장사는 과감히 패스하기로 했다. 이윽고 아내가 가게로 찾아왔고 간만에 팔짱을 끼고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근처 중국집으로 걸어갔다. 나는 짜장 소스를 뺀 볶음밥 곱빼기를 주문했고 아내는 짜장면과 짬뽕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더니 결국 짬짜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아내와 나는 탕수육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먹는 순서가 달라서 매번 티격태격한다.


(아내) "(탕수육을 입에 한 입 크게 넣으며) 니는 왜 이렇게 맛있는거는 먼저 안묵는데?"

(나) "맛있는 거는 나중에 무야지."

(아내) "그러다 내가 다 먹으면 우짤라고?"

(나) "할 수 있으면 해봐라."


그냥 영양가 없는 말들만 주고 받다가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햄버거를 먹을 때도 그랬던 것 같았다. 감자튀김을 좋아해서 나는 제일 나중에 몰아서 먹는데 아내는 햄버거 한 입 먹고 그 다음 차례에는 감자튀김이 한 입 들어간다.


아내는 맛있는 걸 먼저 먹는 편이고 나는 맛있는 건 나중에 먹자는 주의다. 식성이 비슷한 듯하지만 먹는 순서가 달라 같은 음식을 놓고 먹는 경우 메인 음식은 매번 빼앗기는 편이었다. 내가 식탐이 좀 늘었는데 아마 이런 이유에서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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