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상상맨

여자의 언어를 번역해주세요.

by 김주원

참 신기하다. 내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키우고 있다니. 내가 결혼이란 걸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살던 서른 즈음에, 결혼은 생각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가가려고 돈은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직장 때려치우고 호주 가서 펑펑 써버렸다. 그때만 해도 결혼은 남의 집 경사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연애에 관해 일자무식이었다. 누구에게든 20대는 화려한 시절이지 않나? 그렇지만 나의 20대는 변변한 연애 몇 번 제대로 못해보고(브런치 초반에 썼던 글에서 나의 프로필에 대해 대충 언급이 되어있다. 남중-남고-공대-군대-공대 복학-중공업의 엘리트 코스) 남자들 틈에 파묻혀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생물학적인 특징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여자에 대해 모르니 연애도 잘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비혼 주의자가 되어 순수한 연애는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다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연한 소개팅의 기회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 내 나이 서른 하나. 아내는 스물 넷이었다. 가뜩이나 여자에 대해 잘 모르는데 나이 차 때문에 생기는 세대차이까지 극복해야 했다.


아내와 내가 연애하는 동안, 나는 어느 정도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굉장한 착각이었다. 지금 아내랑 연애 초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나는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서 본인이 많이 당황했단다. 첫 만남에서 아내는 국수를 싫어하는데 나는 국숫집을 가자고 한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내가 맛있어하는 음식은 상대방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뭔가 센스 있는 행동을 말하지 않아도 해주길 바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그걸 눈치채더라도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당시에 TV 연애 예능프로그램들에서 성시경이나 알렉스 비스무리한 컨셉의 연예인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답습해 따라 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었다. 현실은 달랐다. 나는 그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는 티브이나 글로 배우는 게 아닌 것이다.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었다.


상대방이 에둘러 말을 하면 그 속 뜻을 파악해서 배려해주고 처리해주는 사람들은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나는 나한테 직접적으로 말을 해줘야 알아듣고 행동한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 주변 친구들도 연애하면서 흔하게 이런 불평을 나한테 늘어놓는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애들끼리 모여서 서로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 상상맨의 상상은 바로 여자 언어 번역기다. 구글 번역기처럼 여자의 속뜻을 헤아릴 수 있는 번역 서비스가 생겼으면 좋겠다. 조금 더 센스 있는 남편이 돼서 서로 간의 오해로 인해 생기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싶은 마음으로 상상해봤다.


사실 그냥 돈이나 많이 벌어 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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