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장실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겼는데 불현듯 인생을 학창 시절 시험과 비교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 들어가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시험입니다. 중간고사가 있고 기말고사가 있습니다. 중간에 쪽지시험도 있었네요. 그동안 배운 것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정해진 기간, 정해진 시간 내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로 줄을 세웁니다.
아이들은 누군가에 의해 자신을 위한 공부가 아닌 시험을 위한 공부를 강요받습니다. '이래서 백점 받을 수 있겠어?'라는 말은 제가 어렸을 때도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게다가 모의고사 같은 '시험을 위한 시험'도 존재하네요.
각설하고, 시험을 치르는 동안 주변 친구들은 제각각의 시험 스타일을 보입니다. 제가 봐왔던 친구들의 시험을 대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애초에 공부에 재능을 보이는 친구입니다. 시험을 다 치고 나서 실수로 하나 틀렸다고 울상을 짓는 건 덤입니다.
2. 문제를 굉장히 빨리 푸는 친구입니다. 40~50분 동안 주어지는 시험시간인데 15분 안에 다 풀어버리고 엎드려 자는 친구가 있었네요.
3. 시험지를 받자마자 원하는 패턴으로 번호를 찍고 바로 잠들어버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운동부 출신입니다.
4. 종료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다 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처음 몇 문제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은 탓이겠죠. 맨 뒤에 있던 친구가 시험지를 걷어가는 상황에서도 펜을 놓지 않습니다.
5. 다양한 방법으로 커닝을 하는 친구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시험을 치르는 입장에서 굉장히 얄미운 부류입니다.
6. 가슴 아픈 친구가 있습니다. 죽자 살자 공부에 매달리고 쉬는 시간에도 책을 손에 놓지 않으며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토시하나 한 빼고 받아 적는데 정작 시험 결과는 좋지 않은 친구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고 각자의 행동의 결과대로 점수를 얻게 되는데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어린 시절 각자의 시험스타일이, 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와서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도 비슷함을 느끼게 됩니다.
꼼수 쓰는 걸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친구는 과거에 커닝을 밥 먹듯이 했었고 공부 잘하는 친구는... 그냥 지금도 잘 나갑니다.
저는 평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잘 안 나오던 친구의 근황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현재 금융기관에 다니고 있더군요. 당시 수능 성적도 대충 알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100점 넘게 나온 것을요.
그 친구는 공부를 못한 게 아니었습니다. 시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수능을 대비해 나갔던 것이죠. 엄청난 J 커브 곡선을 몸소 보여준 친구였습니다.
시험이라는 존재 여부의 찬반을 떠나서 인생을 대하는 자세와 시험을 대하는 자세와도 많은 유사점이 있었네요.
또한 지금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결국 수능에서 빛을 본 친구처럼 인생에 대한 결과도 지금 상태에 비춰 쉽게 예상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만약 인생이 시험이라면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정답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제 나름대로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해답을 찾아가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