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원 Jul 19. 2024

너희는 무슨 색일까?

미리 말해두는데 정치적인 색깔은 아니라는 점!


색의 3 원색이라고 들어봤지? 흔히들 빨강, 노랑, 파랑이라고 하는 색 말야. 좀 더 자세히 보면 마젠타, 옐로, 시안 색이라고 하는 색의 3 원색은 섞으면 모두 검은색이 돼. 잉크젯 프린트의 잉크를 보면 CMYK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시안, 마젠타, 옐로, 블랙이고 이 비율에 따라 다양한 색깔이 나오게 되지.


너희들은 모든 걸 다 잘하고 싶지? 운동, 그림, 게임, 피아노, 수학, 영어 등 다방면에서 잘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단다. 물론 이 모든 걸 지원해 줄 경제적인 여유도 없지만 다 잘해야만 좋은 건 아니라는 결론은 색의 3 원색을 보며 느꼈지.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어. 성적이 좋은 친구도 있을 테고 어떤 친구는 달리기를 잘할 거야. 또 어떤 친구는 노래를 잘 부르고, 싸움을 잘하는 친구도 물론 있겠지. 너희는 너희가 가장 재미있어하고 잘하는 단 한 가지를 찾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거라 아빠는 생각한단다. 그게 의외로 찾기가 어려워서 오랫동안 학교를 다니게 되는 것이지.(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빠의 학교에 대한 여러 생각 중 하나란다.)


재미있어서 시작했다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어딨을까?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본다는 것은 좋은 것 같아. 그래서 아빠도 최대한 쉬는 날에 너희들과 야구도 하고 색칠놀이도 하고 도서관에도 가고 하는거야.


그런데 남들보다 뒤처지기 싫어서 하는 건 좀 반대란다. 너희들은 누구와도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구나. 다른 애들은 다 다니는 학원에 보내달라고 할 때 아빠의 마음은 반반이었어.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에 가고 싶다는 이유 혹은 뒤처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는 학원에 보내줄 수 없는 마음 반, 아직 아빠의 경제적 여건 때문에 그런 곳 하나 주저 없이 보내줄 수 없는 서글픔 반이야. 아빠는 첫 번째 마음에 조금 더 집중할게.


앞에서 언급했듯이 3 원색을 모두 섞으면 검은색이 돼. 검은색도 물론 그만의 개성이 있다지만 아빠는 굳이 너희들의 개성이 이리 섞이고 저리 섞여서(세상 풍파에 이리저리 섞이기도 하겠지) 평범해지는 것을 보고 싶진 않구나.


수학 못해서 울먹거릴 때 그것이 하기 싫어서 울먹거린 건지 안 풀려서 답답해서 울먹거린 건지 잘 생각해 보렴.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면 네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인생은 짧거든. 수학 그거 조금 못하면 어떠니... (이런 말 하는 아빠도 공대를 나왔지만 수학 잘 못했어...)


지금 자전거 타는 걸 세상 무엇보다 재미있어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빠는 너희가 자전거 하나를 타더라도 열심히 페달을 밟는 그 모습이 보기 좋더구나. 공부가 힘들 땐 그냥 차라리 아빠한테 같이 자전거나 타러 가자고 말해보렴.


타인과의 비교는 불행만 낳을 거야. 뒤처진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찾는데 시간을 더 쏟아보자. 부모와 아이의 공포심을 건드려 학교 성적에만 매달리게 하는 매체는 너희들을 검은색으로만 물들게 할 뿐이야. 아빠랑 엄마는 너희들의 원래 색깔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해 볼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열심히 해봐. 학교 성적은 걱정하지 말고.

매거진의 이전글 멋지게 들어간 골만 골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