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식당의 영업 종료, 그리고 폐업 과정

쌓아가는 건 더뎠는데 없애는 건 한 순간.

by 김주원

지난주 목요일, 저녁 7시 예약 손님을 끝으로 나의 첫 번째 가게는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약 3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3년 여의 시간을 2시간짜리 영화나 한 권의 소설에 대입시켜보니 나름 서사가 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진 것 같았다. 가게 시작의 발단부터 판매 전개, 매출 폭락의 위기, 그걸 딛고 일어서서 얻게 되는 절정, 무언가의 영향으로 생기게 된 결말로 이어지기까지 어느 시점에서든 다양한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었다.


아무튼 영업 마지막 날, 마지막 손님들이 나가고 난 테이블을 천천히 치우면서 뭔가 모를 시원섭섭함을 느꼈다. 이제야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했는데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떠나야 하는 게 아쉽기도 했던 반면, 그동안 힘들었던 출퇴근을 생각하면 새로운 가게는 사는 곳 근처라서, 그리고 아내와 항상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설렘이 공존했다.


늦은 저녁이라 모든 것을 마무리 짓지는 못하고 다음 날 다시 가게로 가서 폐업 과정을 이어나갔다. 외식업중앙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챙겨서 사무실로 찾아갔고, 전화국과 한전에 가서 명의 전환, 인터넷 해지, 노란 우산 공제 해지 등을 서둘러했다. (서둘러했던 이유는 이날, 아내가 유산을 해서이다. 상심이 컸던 터라 도중에 글을 쓸 여유가 없어서 손 놓고 있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쓰는 글이다.)


처음 가게를 차리기 위해 준비했던 모든 과정들은 스트레스받을 정도로 신경 쓸 것들이 넘쳐났고 그것은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에도 이어졌었다. 그런데 나의 첫 식당 영업이 종료된 지난주 금요일에 폐업을 위해 찾아간 외식업중앙회 사무실에서 내가 할 일은 사업자등록증과 영업신고증 반납과 서류에 서명을 하는 것이 다였다. 그 외에도 자질구레한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행정적인 절차는 외식업중앙회에서 대신해주기에 그것으로 끝났다.


아무튼 지난주 아내의 유산으로 새 식당을 차리려는 주된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가게 오픈 준비는 이미 진행 중인 상황이었기에 아내와 나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서로를 격려하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심기일전했다. 가게 공사는 인테리어 업체에서 해주는 거라서 진행 상황 정도만 체크했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이틀 전에 시내 주방용품 전문점에 가서 실사에 대비해 필요한 가스 설비와 집기류를 구매했다.


내가 사는 곳은 기존에 장사했던 곳과는 다르게 영업신고를 하기 전에 시청에서 가게 실사를 나온다고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래서 예정일을 10월 5일로 잡고 시청에서 나올 실사를 대비해 화구와 상하수도 및 환풍 시설을 우선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인테리어 사장님과는 10월 4일까지 주방 공사 쪽 마무리를 약속받았기에 나는 실사 준비를 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실사 준비를 위해 인터넷으로 도시가스 사용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내가 계약한 점포는 도시가스 라인이 깔려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주거 목적으로 사용되는 2층과 3층에는 도시가스가 연결되어 있었고 1층은 계약 자체가 되어 있지 않았다. 기존에 운영하던 빵집은 가스를 전혀 쓰지 않고 전기로만 설비를 운영했음을 그때 깨달았다. 부동산 업체에도 물어보니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알아보지 못한 명백한 나의 실수였다. 주방용품점 직원에게 급하게 전화를 해서 도시가스용이 아닌 LPG용 화구로 대체해서 납품 요청을 함과 동시에 인근 가스 공급업체를 수소문해서 바로 미팅을 가졌다. 다행히 가스 공급업체 사장님이 설비 시공업자와 같이 와주셔서 원하는 날짜에 화구만 제대로 들어온다면 LPG 배관 라인 공사는 바로 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여러 곳을 비교해서 선택할 여유가 없었기에 바로 계약하고 가스 공급을 약속받았다. 비교 견적은 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5만 원을 깎아 25만 원에 배관 공사를 하기로 한 거였는데 처음 가게 오픈 준비할 당시 가스 라인 공사비보다 저렴해서 안심하고 바로 추진했다.

이렇게 도시가스가 아닌 LPG를 사용하기로 계획이 바뀜에 따라 가스안전공사 필증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가스 배관 공사가 끝난 후 설비 시공업자가 가스안전공사에 의뢰해 사용 필증을 배부받는 과정이 추가가 되어 가게 오픈은 예정보다 일주일 정도 딜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무리 가게를 차려보고 운영해봤다고 해도, 그리고 오픈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해도 이런 뜻하지 않은 문제로 가게 오픈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 누구를 탓할 수가 없었다. 내가 좀 더 꼼꼼히 챙기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계약 당시 중개업자 말만 믿고, 거기에 건물 외벽에 도시가스 배관이 붙어 있는 걸 보고 당연히 우리 점포에도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초한 결과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지난 한 주는 정말 안팎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었던 나날들이었다. 철저히 준비는 해야 하겠지만 중간에 진행하면서 빼먹고 까먹는 것들로 인해 긴급으로 결정하고 조치해야 할 일들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둬야 함을 깨달았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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