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도 있지만 굳이 이웃에게 나누는 이유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생연어를 손질했을 때 나오는 대가리와 뼈를 그냥 버렸었다. 이자카야나 선술집 같은 곳이었다면 연어 뼈를 굽거나 튀겨서 훌륭한 안주 메뉴로 낼 수 있겠지만 초밥과 덮밥만 파는 '밥집'이었기에 그런 뼈들을 처리하는 방법은 우리가 먹거나 버리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손질하고 나오게 되는 이런 부산물들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릴 때마다 너무나 아까웠다. 매운탕으로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정말 맛있는 부위지만 자체적으로 해 먹기에는 하루에 나오는 양이 꽤 많아서 눈물을 머금고 버렸다.
지금의 옮긴 곳에서 장사를 하게 되면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역 맘 카페가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어서 무료로 연어 뼈를 나눈다고 게시글을 올려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30명가량이 줄을 섰었는데 최근에는 70명 가까운 대기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얼마의 사례를 할 테니 먼저 주면 안 되겠냐는 제의도 있었다.
왜 연어 뼈와 대가리 무료 나눔이 인기가 많을까 싶어서 근처 마트에 가봤다. 내가 주는 양의 반도 안 되는 서더리(표준어로는 '서덜'-생선의 살을 발라낸 나머지, 즉 머리, 등뼈, 껍질, 알, 꼬리 등을 함께 이르는 말을 뜻함. 두산백과 참조)를 한 팩에 5천 원 정도에 파는 것이었다. 우리 가게에서 챙겨드리는 서더리의 양은 족히 2배는 되었기에 1만 원의 값어치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생각보다 싼 가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왜 연어 뼈 무료 나눔이 인기가 많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사례하겠다는 손님도 있어서 깔끔하게 포장해서 돈 받고 팔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무료로 나눠 드리기로 했다.
애초에 무료로 나눠드리지 않았더라면 그것은 버려질 운명이었고 나 역시 음식물 처리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나눔으로 인해 비용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음식물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해서 좋고 나눔을 받는 상대방도 기분 좋게 받아가기에 서로 윈윈이 아닐까라는 판단에 쿨하게 무료 나눔이 가능했던 것이다.
게다가 받아가시는 분들은 결코 빈 손으로 오지 않으셨다. 우리 아이들 먹으라고 간식도 챙겨주시는 분도 계셨고, 몸 챙겨 가며 일하라고 과일즙이나 홍삼액 같은 것을 주는 분도 계셨다. 심지어 가게에서 자주 쓰는 키친타월이라든지 쓰레기봉투, 일회용 마스크 같은, 작지만 꼭 필요한 것들도 갖다 주셔서 오히려 우리가 연어 뼈를 받으러 오시는 손님에게 더 감사해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동네 주부들 사이에 가게의 평판이 좋아진 것은 덤으로 얻게 된 수확이었다. 역시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하나보다 싶었다. 의도한 것이 아니기에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런 선순환은 나에게 좋은 기분과 기운을 북돋아 주게 되었다. 사례를 받게 되면 작은 이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무료 나눔을 함으로써 나는 고객으로부터의 신뢰와 유대감을 쌓게 되는 더 큰 강점을 갖게 된 것 같다.